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북한이 5일 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를 조속히 개최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고 5일자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줄기차게 남북 간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6일 [Why뉴스]에서는 ''북한은 왜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를 주장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북한이 발표한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의 핵심은 뭐냐?= 4가지 제안을 하고 있는데 핵심은 무조건적인 남북대화의 복원이다.
첫째는 남측 당국을 포함하여 정당, 단체들과의 폭넓은 대화와 협상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연합성명에서 "대화와 협상만이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출로"라면서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악의 상태에 이른 북남관계를 풀기 위해 당국이든 민간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이든 보수이든 남조선당국을 포함한 정당, 단체들과 적극 대화하고 협상할 것"임을 강조했다.
둘째는 "과거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하여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갈 것이다"는 것이다.
넷째는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서로의 비방 중상을 중지하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성명의 내용에 대화를 위한 진정성이 있는 거냐?= 북한이 그동안 여러 차례 대화제의를 해왔는데 이번의 연합성명은 다른 때와 달리 대화를 하자는 의지가 강해보인다.
우선 무조건적인 책임 있는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신년사설을 발표한 뒤 그 중 남북대화 부분만 따로 때내서 연석회의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전례가 있다.
과거에는 민간, 재야 단체들과의 대화가 주고 당국 간 대화는 선언적인 경우가 많아서 ''선전적 성격''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권을 가진 당국 간 대화''를 주장하고 있고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제3차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그런 제의로 읽히는 대목이다.[BestNocut_R]
북측은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하여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남측이 주장할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그런 의지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남북 간 비방 중상을 중지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아울러 제기했다.
"비방 중상과 자극적인 행동은 북남관계를 해치는 불씨이며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도화선"이므로 이를 중지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뭐냐?= 아직은 신중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북한은 연합성명을 통해 대남 선전 공세를 해왔다"며 "북한이 요구한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6일 회의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은 북한의 무조건적인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에 대해 "우선 그 제안의 진정성을 나타내 보여야 한다"며 추가 도발 중지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그 제안이 진지하다는 점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며 "북한은 지속가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한국과 미국에 보여야 하며 그것을 위해 북한이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북한 제의의 속뜻을 파악하는 단계인 것 같다.
▶북한이 새해 들어서 남북대결구도의 해소를 위한 대화 재개를 연일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 북한은 이미 1월1일 공동사설을 통해 대화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의 복원을 강조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남북 간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에 조성된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고 대화와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자 노동신문 논설에서도 "남북 간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논설에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여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선차적 요구"라면서 "긴장관계가 격화되고 전쟁발발의 위험이 짙게 떠도는 상태에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의 형태로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북한의 기조는 대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복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천안함 침몰이라는 긴장감 속에서도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해 추석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북한의 다름 의도나 노림수는 없는 거냐?= 북한의 무조건적인 남북대화재개 제의는 바둑에서 말하는 이른바 "꽃놀이패" 같은 것이다.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이를 받을지 받지 않을 지는 유동적이지만 받으면 북한의 제의에 의해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고 받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우리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했었는데 한.미 양국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6자회담 재개에 선행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입장이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를 하기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북한의 대화제의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북미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처럼 돼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했지만 남한당국이 외면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6자회담을 위한 구체적인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의 대화제의는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적은데도 이런 제의를 하는 것은 우리정부가 받으면 대화가 이뤄지니까 좋은 것이고 받지 않더라도 책임을 남측 정부에 떠넘길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이 주도하는 것 같은데?= 그런 측면이 강하다.
지금 남북관계를 보자면 협박도 대화도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면이다.
농축우라늄시설을 공개한 것이나 연평도 포격은 협박에 해당한다.
이 또한 북미간 대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어느 일방이 유화적인 태도가 아니라 강경일변도로 가면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구도이기도 하다.
대화이건 협박이건 북한이 선택을 마음대로 한다는 건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련 정책을 잘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대화제의를 수용할 것으로 보나?= 진퇴양난의 입장이다.
우선 연평도 포격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수용하기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개선을 언급하자 보수단체들이 잘못된 시각이다. 이런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북한의 제의를 일도양단 식으로 무조건 내치기도 어렵다.
북한의 대화제의가 무슨 전제나 조건을 달지 않은 무조건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는 선전문구에 불과하다''라고 대화제의를 거부할 경우 남북경색의 책임을 우리정부가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은 신중하게 검토를 한 뒤 대화를 하려면 먼저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등의 선결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명분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정부로 넘어온 공을 북측으로 다시 떠넘기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의 제의를 보자면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정부가 다각도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신년사에서 밝혔던 만큼 마냥 대화를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인 만큼 어떤 형식이던 남북 당국 간 대화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