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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황식 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개헌과 관련해 "내가 나서면 될 것도 안 된다"며 "정치권이 나서서 지혜를 모아달라"고 밝혔다.
이어 "개헌은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게 양성 평등, 기후 변화, 남북 관계, 사법부 개혁 등 광범위하게 논의해야 하고 개헌 논의를 기왕에 하려면 많은 주제를 놓고 해야지 권력구조만 앞세워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여당 지도부 만찬에 이어 김황식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잇따라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데는 임기중 개헌이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87년 개정된 헌법이 더 이상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집권하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고 집권 후에도 간간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는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8.15경축사에서는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선진화를 제안하면서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개헌에 대해 강한의지를 표명했다.
개헌은 오랜 준비기간과 국민적 공감대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집권 초에 추진돼야 성사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지만 이 대통령은 집권초 쇠고기 촛불시위와 곧이어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 수습에 집중하느라 개헌의 적기를 놓친 측면이 없지 않다.[BestNocut_R]
여전히 2년의 임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측이 개헌에 부정적이고 야당에서는 개헌에 공감하면서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제기한 개헌론에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측과도 협상의 여지가 없지 않은데다 야당에서는 애초 개헌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개헌론을 꺼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변함없이 개헌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청와대가 주도할 경우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청와대는 일체의 개헌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친이 진영에서는 시기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개헌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헌은 5-6개월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권 핵심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력한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쏠린 일부 친이의원들을 재결집해 야당 내 개헌론자들과 연대하면 개헌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친이진영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그리고 정치권이 널리 공감하고 있는 시기적 부적절성은 현실적으로 쉽사리 넘기 어려운 벽이자 난관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점화하고 친이가 키우는 개헌논의에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개헌카드를 꺼내들 경우 여타 군소 이슈들이 개헌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여권핵심부가 개헌이슈를 주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후반기 국정의 동력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과 예산안 강행처리, 이로인한 야당과의 불편한 관계, 끝없이 확산되는 구제역, 정동기 인사파동으로 드러난 허약한 당청관계 등 모든 악재를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개헌 논의는 여권의 차기구도에도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걸출한 후보를 보유한 친박진영과 달리 친이에는 오세훈, 김문수 등 일부 광역단체장이 있지만 당내 영향력이 약하고 이재오 특임장관은 당내 영향력은 있지만 대권후보로서 존재감이 약해 뚜렷한 대선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는 현재의 대선역학관계를 언제든 뒤흔들 수 있고 이는 모래알 같은 친이진영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친이진영이 응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설 연휴 직후 개헌의원총회 등을 거치면서 여권의 구상대로 개헌논이 활활 불타오르면 당장 4월 재보궐선거에서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고 차기논의 역시 개헌과 맞물려 권력핵심부가 일정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