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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돼지 600여마리를 매몰시킨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한 농가.
9일 취재진이 찾은 이 농가는 도로변에 출입이 통제된 채로 방치돼 서늘한 기운만 감돌고 있었다.
창문이 밀폐돼 있는 돈사 뒤편으로 돌아가 들여다 본 현장.
비닐로 쌓인 매몰지 위로 파이프가 여러 개 흉물스레 올라와 있었고,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농장 뒤편을 따라 위치한 길목에서 작은 도랑이 발견됐다.
매몰 현장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이곳에는 배수구를 통해 물줄기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현장은 남한강의 지류인 양화천으로부터 13km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아직은 침출수가 새 나오고 있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오르거나 비가 올 경우 흘러나온 침출수가 양화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문제의 침출수는 양화천을 통해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댐에서 한강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같은 날 찾은 또 다른 현장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수산리.
하천으로부터 불과 2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가축의 사체가 매몰된 지역이었다.
이 곳 역시 남한강의 지류인 신흥천을 통해 여주를 거쳐 팔담댐으로 유입될 공산이 커 보였다.
현장에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매몰지가 대체로 하천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본류인 남한강에 지류들을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팔당댐을 통해 수도권 시민들의 상수원 오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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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유역환경청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강과 남한강 주변 7개 시도 112개 시군구가 위치한 강원(39만 6,597두) 경기(170만 7,394두), 충북(29만 8,524두)지역만 해도 모두 240만여 마리가 매몰됐다.
경기도에서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이천시의 경우만 해도 전체사육두수의 90%가 구제역으로 신고돼 현재까지 324곳 농가의 36만 7,640마리(98.8%)가 매몰됐다.
정부는 10일을 시작으로 이들 한강수계 지역의 매몰지의 부실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상황.
[BestNocut_R]전문가들은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식수원과 연계된 문제인 만큼 한강 상류 지역에 대한 보다 면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