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이 세금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용인 경전철 차량기지. 'YongIn EverLine'이라고 쓰인 객차 30대가 선로에 덩그러니 서 있다. 벌써 8개월째다.
이 경전철은 지난해 7월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시운전만 몇 차례 진행됐을뿐, 용인시로부터 준공확인이 거부된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15개 역이 들어선 18.1㎞ 구간의 철로는 녹만 슬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개통 승인을 거부한 김학규 용인시장은 "경전철을 지금 개통하면 하루에 1억 5천만 원씩, 1년에 550억 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시장 시절인 2004년 7월 사업계획을 확정했을 당시 하루 평균 승객을 14만 명으로 잡았지만,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의 분석 결과 승객은 하루 3만 명도 안될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의 승객 수요 예측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당초 실제 운임수입이 예상치의 90% 미만일 경우 그 차액을 시가 메워준다는 내용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적자운영비 보조금)에 따라 용인시는 엄청난 세금을 물어줘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용인시는 운영계약기간인 30년 동안 모두 1조 6천500억 원으로 예상되는 경전철 회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 시 예산 1조3천268억 원보다 많은 돈이다.
시행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민간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용인경전철㈜ 측은 "경전철이 완공됐지만 준공확인이 안돼 하루 이자만 1억2천만 원에 이르는 실정"이라며 "경영이 어려워 시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용인경전철㈜ 측은 최근 용인시를 상대로 용인경전철 실시협약 해지에 따른 지급금 및 손해배상 등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신청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용인시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수원과 고양, 성남시도 전임 시장들이 추진해온 경전철 건설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수요예측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 원씩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게 뻔하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경전철 대신 비용이 적게 들고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노면전차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BestNocut_R]
경전철은 km당 500~600억 원의 건설비가 들지만 노면전차는 지상에 레일을 깔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km당 200~300억 원으로 절반으로 줄어든다는게 수원시의 설명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고가위 경전철 사업은 건설비용 뿐 아니라 도시 미관을 해쳐 지난해 7월 이후 노면전차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수원경실련 박완기 사무처장은 "자치단체장의 단골 공약 메뉴로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경전철 사업이 지자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면서 "적정한 수요 예측과 주변 교통시스템 연계를 통해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