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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긴 구제역 매몰지, 정체불명의 적갈색 물 출렁출렁

폭우에 잠긴 구제역 매몰지, 정체불명의 적갈색 물 출렁출렁

가축썩는 냄새와 비릿한 빗물냄새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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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2}하루 40mm 가량의 비가 내린 27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부개면의 한 비탈길에서는 적갈색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진흙길을 2분여 동안 걸어서 올라가자 임모(48)씨의 돼지농장이 나타났다.

돼지 5천여 마리가 사육됐던 축사에는 현재는 4천마리만 남아있다. 새끼돼지 1천마리는 지난 1월에 농장 앞 구릉에 매몰됐다.

이날 방문한 매몰지에는 흰색의 불투명 비닐이 덮여있었다. 비닐에 덮인 10m²(약 3.3평) 규모의 매몰지에서는 가축 썩는 냄새와 빗물 냄새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몰지 안에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배수로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물이 빠지지 않아 매몰지 주변은 이미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배수로에 고인 물은 당장 아래 농장으로 넘쳐 흘러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농장 주인 임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임씨의 농장에서는 이날 오전 방수로 작업이 끝났다고 했다.

임씨는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에 매몰지가 무너질까봐 걱정했다"면서도 "아침에 공무원들이 와서 비닐 작업을 하고 갔는데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 잘 됐다고 말을 하고 가는 바람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 축산농가 일대엔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 2만7천800여 마리와 돼지 11만6천여 마리가 묻혀 있다.

이날 둘러본 부개면과 일죽면 곳곳에서는 매몰지로 보이는 거대한 흙더미들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별다른 유실사고나 침출 사고는 물론 인적도 없이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러나 매몰지 주변에 가득 고인 빗물은 여차하면 매몰지 주변지역을 삼킬 기세였다.

특히 일죽면의 일부 매몰지 주변 웅덩이에는 흙탕물인지 핏물인지 구분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적갈색 물이 당장이라도 인도와 하천으로 넘칠듯 출렁거렸다.

이에 대비해 안성시는 공무원 21명이 8개 긴급복구반을 편성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안성시의 한 공무원은 "직접 현장에 가서 보면 매몰지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면서도 "인력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소홀한 부분이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폭우 속에 침출수 유출과 붕괴 우려가 높은 상황이지만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밖의 전국 4천600여곳의 구제역 매몰지역에서도 이날 방수천과 가림막 설치 등 매몰지 사고 예방작업을 벌였다.

이 때문인지 전국적으로 매몰지 관련 사고는 이날 밤 늦게까지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말부터 시작된 비가 이틀 연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매몰지가 워낙 많은데다 정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부 매몰지는 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전국 지자체는 향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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