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기다리던 영아들이 위탁모 집에서 숨지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는 가운데, 현실성 없는 수고비 지급으로 위탁모들이 여러 아기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는 궁핍한 현실이 잦은 사고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육''의 돈벌이에 나선 일부 위탁모들이 뜻밖의 사고로 입양 대기 영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제재와 엄벌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탁모들의 딱한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문제의 한 원인으로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부 지원금이 부족한 탓으로 변변찮은 수고비를 받고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외탁모들의 궁핍한 현실, 수요에 한참 못미치는 위탁모의 공급 부족 현상 등이 그것이다.
서울의 한 입양기관의 위탁모인 이모(51·여)씨는 첫 돌이 지나지 않은 두 남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씨는 애들이 밤새 울음을 그치지 않아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다 낮에도 칭얼거리는 걸 달래려고 항상 앞뒤로 업고 있다 보니 외출은 엄두도 못 낸다.
이씨는 그런데도 아기 둘을 돌봐야한다고 했다.
이씨는 "버려진 아기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위탁모 봉사를 시작했지만 약간의 생활비를 벌려는 마음도 솔직히 있다"고 고백했다.
위탁모들이 입양을 앞둔 아이를 돌보고 입양기관으로부터 받는 수고비는 보통 하루 1만 8000원에 불과하다.
분유나 기저귀 등은 입양기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두 명을 키워야 매달 약 100만원이 수입으로 남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기 셋을 돌보려는 과욕 탓에 사고를 낸 위탁모들이 적지 않다.
서울의 또다른 입양기관에 소속된 위탁모 이모(53·여)씨는 지난해 11월 아기들을 동시에 목욕시키다가 잠시 한 눈을 팔았는데 그 사이 생후 5개월 된 A군이 세면대 위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 숨졌다.
A군의 사망사건에 뒤이어 또다른 위탁모의 집에서 한 영아가 비슷한 사고로 사망했다.
이씨는 "셋을 키우면 150만원이 나오는 벌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나 말고도 같은 동네에 셋씩 키우는 다른 위탁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위탁모가 한 명씩만 양육하도록 제한하면 이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줄일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 위탁모 수고비를 현실화하기에는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입양 전 양육비용으로 입양전문기관에는 270만원, 일반입양기관은 100만원을 입양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원금이 적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 "위탁모들이 2~3명씩 돌보지 못하도록 하려면 우선적으로 수고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은 고되고 정작 수고비는 적다보니 위탁모 수도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입양기관의 경우, 지난달을 기준으로 입양 대기 아동이 전국적으로 720명이지만 위탁모는 568명에 불과하다.
박현선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고는 계속 발생하는데 비용과 지원이 미비한 실정에서 위탁모만 비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