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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랐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의 낙생초등학교 42회 졸업생 20여명이 청와대 경내 관람에 나선 것을 취재한 뒤 기자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말이다.
이같은 말이 나온 배경은 크게 2가지이다.
먼저 낙생초등학교 42회 졸업생 중에는 임태희 청와대실장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의 청와대 입성으로 4.27 재보선에 분당乙이 추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따라 혹시 임 실장이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청와대로 불러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번 재보선과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지 않았을까가 기자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또하나는 비단 선거관련이 아니더라도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가 청와대에서 대규모 동문모임을 한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모교 동문을 청와대로 불러 대규모 행사를 가진 전례가 드물어 비공개 행사가 추후 알려지자 부정적 여론 등이 적잖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낙생초교 42회 동창생들의 청와대 나들이는 여러가지로 기자의 관심을 살만한 충분한 이유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이 당일 청와대 관람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게 전부였다.
이들은 지난 23일 오전 분당구청앞에 모여 미리 대절한 버스를 이용해 경복궁으로 이동한 뒤 1시간 정도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 [BestNocut_R]
이어 인천 영흥도의 수산물센터로 가 점심을 함께먹고 헤어졌다. 물론 영흥도 회센터를 포함한 이들의 움직임 어디에도 임태희 실장의 모습은 없었다.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자 이들은 "오랫만에 벼르고 벼른 순수한 동창회 모임이었다"며 오히려 바깥에서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A씨는 "임태희가 초등학교 동창인 것은 맞지만 지난해부터 우리끼리 한번 청와대에 놀러 가기로 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 뿐"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A씨는 이어 "그날 함께 갔던 동창 중에는 나를 포함해 분당乙 주민이 아닌 사람도 여럿 된다"며 "주말에 친구끼리 몰려다니는 것도 선거법상 문제가 되느냐"고 기자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4.27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은 누구의 우열도 예측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안갯속 정국이 되버렸다.
이런 와중에 강원도에서는 ''불법 콜센터'' 사건이 벌어지고 김해乙에서는 ''특임장관실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분당乙에서도 ''뭐 하나 터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나도몰래 생긴 걸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여야 할 것없이 ''분당乙 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배수진을 치는 마당이니 기자 역시 저절로 ''취재 본능''이 발동했을 뿐이다. 낙생초등학교 42회 동창분들은 너그러이 기자를 용서해 주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재보선이 정국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일부 후보와 특임장관의 불법선거운동 시비가 일고 있는 시점에 굳이 청와대 실장의 동창들이 청와대를 방문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분당乙 지역의 선거가 정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기 선정에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