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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에 들어갔던 이물질이 한방용 침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침투 경로가 명확치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병원 측이 명확한 침투 경로를 설명하지 않고 있어 침술의 안전 문제와 더불어 해묵은 한의학과 양의학 사이의 갈등이 다시금 촉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대병원은 29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 28일 내시경 수술을 통해 제거한 이물질은 한방에서 사용하는 손잡이 부분 2cm를 포함한 전체 길이 6.5cm의 금속성 침"이라고 확인했다.
병원 측은 이 침이 노 전 대통령의 오른쪽 폐 기관지를 비스듬히 관통한 상태였으며 기관지 길을 따라 위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침투 경로에 대해서는 "우리도 궁금한 사항"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침 미스테리 1. 서울대병원 "구강을 통해 유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방용 침이 노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병원 측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10년 전 수술을 통해 ㄱ자 형태의 호흡 보조용 기관지 튜브를 설치했지만 ㄱ자로 꺾인 입구 부분이 3cm에 불과해 7cm에 달하는 침이 목으로 유입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BestNocut_R]
또한 침이 기관지 길을 따라 위치하지 않고 기관지를 비스듬히 관통한 부분도 '구강 유입설'의 설득력을 잃게하는 부분이다.
◈ 침 미스테리 2. 한의사협회 "우리가 아닌 무면허 의사가 침 놓았을 것"그렇다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노 전 대통령의 폐에 침이 박혔다는 가능성만이 남는다.
하지만 병원과 가족 측은 '누가' 침을 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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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가족 측은 의료진에게 "4월 초 침 시술을 받았지만 여러 번 받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복부와 팔 부분에 시술을 받은 적은 있다"고 말했고, 병원 측은 침 시술자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만 남겼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의료사고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이기에 침 시술자가 누구인지도 밝힐 수 없다"며 더 이상 이 사건이 주목 받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한의사협회 측은 누가 시술을 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가슴에 박힌 침은 호침(毫針)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한의사는 폐처럼 위험한 부분에는 함부로 시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침 시술 때 환자의 몸에 놓은 침의 개수와 제거한 개수를 꼭 확인한다"면서 "4월 초 시술한 뒤에도 침이 남았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으로 미뤄보면 무면허 한의사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한의학 시술을 받은 건 2년 전 서울의 S의원으로 확인됐으며 그것도 침 시술을 환자가 동의하지 않아 약물 치료를 했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환자들이 침술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명명백백하게 시술자를 밝혀 침술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학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우려, 서울대병원에 노 전 대통령 측에 침을 놓은 주체와 방식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