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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회사원 이재성(32)씨는 휴대폰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몇 마디 말하기 무섭게 전화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회사업무는 물론 일상생활도 힘든 상황이다.
이 씨가 CBS와 통화를 했던 20여분 동안만 전화가 15차례 이상 끊겼다. 이 씨는 "1~2 분 통화하면 전화가 끊긴다"며 "심할 때는 한 마디만 하면 끊기는데 '여보세요' 하면 전화가 끊기고 '여보세요' 하면 전화가 끊긴다"며 혀를 찼다.
수차례 불만을 접수했지만 '통신망 장비가 부족하니 기다리라'고 일관하던 KT는 이 씨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만내용을 접수한 다음 날 통신장애를 해결해주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부족하다던 통신망 장비는 다음 날 통화 장애 지역에 설치됐다.
통화끊김으로 인한 불편사례를 호소하는 사람은 이 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 KT 아이폰을 사용한 이승오(25)씨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종로에만 가면 전화가 끊긴다며 통화 품질 불만 접수를 한 이 씨에게 KT는 "종로 빌딩 밀집지구에서 통화가 끊긴다는 불만 접수가 많았다"며 "그 지역이 통화 난청 지역이기 때문에 추가로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장비 조달이 어려워 1-2개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 스마트폰 통화중 끊김 폭주…이용자 불만 폭발 직전 지난해 4월부터 SK텔레콤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심혁오(34)씨도 불편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문자 하나 확인하는 데도 4-5초씩 걸리고 통화가 자꾸 끊어졌다"면서도 "전화를 바꾼 뒤 통화끊김 현상이 개선된 것을 보면 이동통신사 보다는 휴대전화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화중 끊김 현상에 대해 공식적으로도 확인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이용상 의원실이 국내 이동통신사 3곳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11월 스마트폰 도입 이후 통화 중 끊김 비율이 1년만에 189%나 증가했다.
특히 통화중 끊김 현상은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 이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가입자가 폭증하는데다 데이터 이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설비로는 원할할 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통신사나 소비자원 등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사용 중 통화 끊김 현상을 경험했다는 불만이 방송통신위원회나 소비자원 시민단체 등에 쏟아지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600만명 중 1% 수준인 6만명이 통화 끊김 현상에 따른 불만을 호소했다. KT와 LGT는 '회사기밀'이라며 사용자 불만접수 건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무리 통화 끊김 현상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통신서비스 불편에 대해 불만을 접수해도 누가 응대하느냐에 따라 '통화품질불만에 따른 보상기준이 없다', '한달치 기본료를 면제해 주고 6개월 동안 무료통화 60분을 제공하겠다', '통신비를 50% 할인해주겠다'는 등 서로 다른 보상이 쏟아져나왔다.
◈ 뒷짐진 KT…데이터 사용량 많아, 통화품질 좋아졌다면 비정상사정이 이런데도 스마트폰의 대표격인 아이폰 서비스를 독점해 왔던 KT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KT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폰은 데이터하고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가 중 끊김현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비해 통화품질이 좋아졌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답했다.
통화 품질 개선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네트워크 기술 개발로 통화품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내년 말까지 스마트폰 가입자가 3천162만명으로 늘고,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올해 1월보다 8.7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통화 끊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 3사는 올해 설비투자비용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7조2천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BestNocut_R]
그러나 추가될 통신설비가 폭증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이용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전화하기 힘든 스마트폰 시대'라는 역설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