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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구제역''…갈등 계속, 재오염도 우려

김해, 가축 재입식한 농가 아직 없어…보상금 지급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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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김해지역 가축이동제한이 전면 해제되면서 경남지역의 구제역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된 지 50여일이 지났다.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문을 닫았던 도내 가축시장이 재개장되고, 축산농가들이 재입식을 검토하는 등 겉으로는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구제역으로 인한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

먼저 가축 재입식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상태다.

김해에서는 축산농가 인근 주민들이 가축 재입식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구제역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가축을 재입식한 농가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김해시 주촌면 23개 마을 이장단과 주촌 번영회 등으로 구성된 돼지 재입식 반대 원선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김해시청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년 동안 돼지분뇨 악취 등에 시달려 온 것은 물론,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매몰과 침출수 유출, 지하수 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역이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양돈업자들은 재입식을 서두르고 있다"며, 돼지 재입식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 "돼지 재입식 절대 반대"…보상금 지급도 미적

김해시 주촌면 대리마을 최성대 이장은 "2만4천여마리의 돼지를 마을 입구에서부터 사방에 둘러 묻어 돼지 사체구덩이 바로 옆에서 마시는 물까지 걱정하며 살아야 되는 실정"이라며, "재입식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축산농가들도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컸던 데다, 이번 기회에 축사 보수와 소독 등을 통해 철저한 구제역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입식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입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아직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고, 축산농가들도 구제역 피해 때문에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어 가축 입식이 사실상 소강상태"라며, "6월 이후에나 입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시는 양돈 축사가 사유재산인데다 소독과 방역에 대한 준수사항을 지킬 경우 재입식을 강제적으로 막기는 힘들다며 현재로서는 주민과 양돈농가가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대화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축산농가의 경우, 융자금을 갚거나 인건비를 줘야하는 등 입식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입식을 막아야 한다는 주민들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보상금 지급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김해시의 경우, 피해농가에 40% 정도만 선지금급 형태로 지급됐고, 나머지 60%는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라는 등의 중앙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지침이 없다"며 "이달 중으로 경남도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선지급금이 지급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 남은 금액은 지급되지 않고 있어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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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축산업은 붕괴 위기감

이와 함께, 이번 구제역 파동이 축산농민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좌절감을 안기면서 지역 축산업의 붕괴 위기감 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엄청난 피해가 나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구제역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축산업에 대한 불신은 축산 종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부정적 인식을 심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구제역 방역을 소홀히 한 농가에 보상금을 최대 80%까지 삭감한다는 정부 방침이 정해진 뒤, 마치 축산농민이 구제역을 몰고 온 것처럼 책임을 전가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축산업을 포기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축산농민들도 늘고 있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자식처럼 기르던 가축을 모두 땅에 묻으면서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재기마저 힘들어지면서 축산농민들의 후유증이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매몰지 오염 우려도 그대로 "장마 오면 큰일"[BestNocut_R]

엄청난 양의 가축을 파묻은 매몰지 관리에 대한 어려움과 매몰지에 대한 오염 우려도 계속 제기되는 문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철저한 관리로 더이상 추가 오염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제역 매몰지에 의한 2차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여전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지금 당장은 수질에 별 문제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뿐, 지금 당장은 오염되지 않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오염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장마철이 다가 오면서 이같은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성대 대리마을 이장은 "지난달 말에도 두 군데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시에서 긴급 보강공사를 벌이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다"며 "평소에도 이런데, 장마가 오면 많은 비로 매몰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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