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되고 과도한 조기교육이 각종 신경정신 질환을 유발하고, 청소년 비행을 불러온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가 24일 ''성균관대학교 사교육정책중점연구소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조기교육 열풍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치매정복창의연구단 단장인 서유헌 교수는 뇌과학 전문가다.
서 교수는 ''아이의 두뇌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조기·강제교육''을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점으로 들었다.
''아이의 뇌를 모든 뇌 부위가 성숙해 회로가 치밀하게 잘 만들어져 모든 자극을 잘 발아들일 수 있는 어른 뇌와 같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 교수는 "과도한 조기교육이 아이에게 각종 신경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는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과부하로 불이 나는 것처럼, 지나친 조기교육은 시냅스(신경세포 사이 연결고리) 회로가 아직 가늘기만 한 아이 뇌에 불이 나게 한다는 것이다.
창조력을 이끌어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많이'' 학습시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강제교육은 또한 청소년 비행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강제교육에 의해 지(知)의 뇌는 혹사당하고 있지만, 감정과 본능의 뇌는 억눌려 메말라 있어 우리 아이들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감정적 충족감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초·중등교육, 심지어는 유아교육까지 대학입시준비 교육으로 전락하면서 ''남보다 더 먼저(선행교육), 더 많이(양적교육) 할수록 공부를 잘할 수 있으며, 감정과 본능 충족 없이 공부만으로 아이가 잘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서 교수는 개탄했다.
아이 특성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두뇌 평준화 교육''이 지배하는 나라…. 서 교수가 진단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다.
◈ 뇌 발달 시기에 맞는교육법은?그렇다면 서유헌 교수가 제시하는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교육법''은 무엇일까? 먼저 영·유아기인 만 0~3세까지는 어느 한 부분의 뇌가 발달하는 게 아니라,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편중 학습보다 오감학습을 통해 두뇌를 골고루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감정의 뇌가 일생 중 가장 빠르게, 그리고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사랑의 결핍은 후일 정신 및 정서 장애로 연결되는 경향이 크다.
유아기인 만 3~6세까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판단력, 주의 집중력,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인 전두엽이 더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시기다.
암기 위주의 선행 학습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적 지식, 한 가지 정답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성장한 후에도 예의 바르고 인간성 좋은 아이가 될 수 있다.
초등기인 만 6~12세 시기는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공간·입체적인 사고 기능 즉, 수학과 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도 이 시기에 빨리 발달한다.
서 교수는 "만 6세 이후 본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영어 등 외국어 교육도 초등학교 시기부터 본격화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뇌 학자들의 견해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지만, 뇌 발달에 맞춰 보면 교육적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
만 12세 이후에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많이 발달한다.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 빠져 열광하는 것도 시각기능이 발달한 이 시기 뇌 발달 특징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아이들의 이런 특징을 나무라고 못 하게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고 다른 것의 중요성도 알도록 하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