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이 김양(59·구속기소)부회장의 측근인 강모씨가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각종 설계와 건축, 인테리어 공사등을 무더기로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시민권자인 강씨는 최근까지 한국에 머무르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업무상 출장을 이유로 출국했다.
강씨의 회사는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조성한 해외비자금을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디자인 석사학위를 취득한 강모(52)씨는 지난 1995년 건설업체인 P사를 세워 인천국제공항의 에어몰 턴키설계공모전에 당선되고 강원도와 인천광역시로부터 우수건축상을 받는 등 독특한 건축디자인 설계로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P사는 각각 대형 프로젝트 기획과 건축설계, 건설시공으로 특화된 세 곳의 자회사를 두고 있어 개발계획을 세우고 설계와 건설공사까지 마치는 논-스톱(non-stop) 부동산 개발사업이 가능하다.
김양부회장은 P사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영어에 능통한 광주일고 후배인 강씨에게 은행과 관련된 부동산 공사를 도맡겼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중앙부산저축은행 본사, 일명 ''워터게이트'' 건물과 부산제2저축은행의 해운대지점 건물은 P사가 건축과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그룹이 새로 인수한 대전과 전주상호저축은행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 역시 P사의 몫이었다.
저축은행의 각종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1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특수목적법인(SPC)인 P사에 부동산 공사를 몰아주고 비용을 부풀려 청구한 뒤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강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사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120개 SPC를 통해 추진한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 중에서 규모가 손꼽히는 국내외 프로젝트에서 P사가 건축 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P사는 전체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개발사업인 신안복합리조트와 새만금에코폴리스, 캄보디아 캄코시티 조성사업에서 모두 마스터플래닝을 담당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3,534억원을 투자한 캄코시티 개발사업에서는 P사가 설계까지 담당했으며 강씨는 지난 2007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강씨에게 거액을 주무를 수 있는 공사를 맡기고 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