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면책특권을 이용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무차별적 폭로전이 펼쳐졌다.
특히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겨냥해 부산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 원내대표가 곧바로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나라당이 2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지도부 중 한 명의 비리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날 오전부터 돌기 시작했다.
여야간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신지호 의원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지목하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캄보디아 PF대출사업 막후에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깊이 개입했다는 제보가 현지 경제인으로부터 접수됐다"며 "2007년에만 3차례에 걸쳐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이 가운데 2, 3번째 방문이 부산저축은행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BestNocut_R]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김 원내대표의 방문 일정과 부산저축은행 간부들의 일정이 자연스럽게 겹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2006년 12월에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했고 김양 전 대표도 이 시기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며 "이보다 2달전인 2006년 10월에는 신공항 주변지 개발사업 계획이 수립됐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설까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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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사자로 지목된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신상발언을 자청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신 의원이 주장한 내용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과 개인적으로 단 한번도 만난 적도, 인사를 나눈 적도,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재경부 차관 시절부터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을 맡았고, 이후 17대 국회부터 양국 친선협회에 참가해 외교활동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 캄보디아 방문과 관련해서도 "7월 방문은 국회의원 활동으로 박성범 한-캄 친선회장과 김희선 당시 한-스리랑카 친선회장, 강길부 한나라당 의원 등 네명이 캄보디아를 거쳐 스리랑카까지 가는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2007년 2월, 12월에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은 수원 중앙 침례교회에서 대규모 선교행사를 준비하고, 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으며 당시 김장환 목사, 신현석 전 캄보디아 대사와 함께 갔었다고 해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캄보디아에서 열린 중앙 침례교회 선교집회에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과 한나라당 출신 김용서 수원시장, 수원시 자원봉사단 등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때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는 신 의원의 지적에 대해 "12월 28일은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였다"며 "최소한 날짜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와 청와대 권력실세들을 감추기 위해 막가파식 폭로전을 했다"며 규탄했다.
그러자 동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근거없는 폭로는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우리 동료 의원이 김진표 원내대표를 겨냥해 고발 아닌 고발을 했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건을 두고서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주지 못할 망정 죽느냐 사느냐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느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