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기타

    젊은 목숨 앗아가는 ''軍의료 부실''

    사단 이하 일선부대 의료인력 태부족…군의관 퇴근 후 응급환자 ''속수무책''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고열증세를 호소하며 진료를 요청했으나 응급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끝내 숨지는 등 군내 의료대응 부실에 따른 사망사고가 최근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군 의료체계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 2월 중이염 증세로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 정모 훈련병(21). 사건 직후 육군훈련소의 의료시스템을 점검한 국방부는 훈련병이 민간병원 진료를 원할 경우 훈련소장이 판단해 승인하도록 훈령을 고쳐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지난 4월 23일, 정 훈련병과 같은 소대의 노모 훈련병(23)이 야간 행군 뒤 패혈증에 따른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군 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고 운영됐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숨진 훈련병의 아버지 노모 씨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군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외부 종합병원으로 실려갔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눈에서는 핏물이 나오고 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군내에서 이같은 ''억울한 죽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군 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사단 의무대 이하 일선 부대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일 현재 군병원에 복무중인 군의관은 모두 2100여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의무복무 기간 3년을 채우면 전역하게 된다.

    특히 사단과 연대, 대대의 경우 장기복무 군의관이 없고 군의관의 의학적 판단을 도와줄 보조인력이 전무하다시피해 군의관 부재 시 긴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

    현행 군 편제상 대대급 이상 부대에는 군의관 1명당 간호인력1명, 응급구조사 1명, 의무병 2명씩을 배치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배치율은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환자 발생시 ''대대→연대→사단 의무대→군병원''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후송체계도 효과적인 진료를 가로막고 있다.

    군병원의 전문의를 포함한 전체 의료인력 보유인원도 턱없이 적다.

    지난해 기준 민간 종합병원의 100병상 당 보유인력은 의사 44.6명, 간호사 60.6명인데 반해 군병원은 의사 7.3명, 간호사 12.8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 병원의 병상수는 오히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군병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20개 병원 6900여 병상을 갖추고 있으나 군 당국은 국방의학원 설립계획에 따른 예산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10개 병원 3000병상으로 절반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군 의료시스템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진료장병들조차 군병원 이용을 꺼리고 있다.

    국방부가 최근 전·후방지역의 현역병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입원이 필요한 질환 발생 시 대상자의 86.0%인 425명이 민간의료기관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선호 이유로는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가 31.8%로 가장 많았고 ''의료장비 및 시설이 좋기 때문에''가 31.4%로 뒤를 이었다.

    부실한 의료체계와 함께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마음놓고 얘기할 수 없는 군의 경직된 문화도 잇단 사망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진료는 지휘관이나 동료병사가 하는게 아니라 군의관과 의사가 하는 것"이라며 "병원에 가서 아프지 않은 것으로 나오면 알아서 하라"는 식의 ''협박'' 문화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