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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이징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 기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택시기사는 근처에 조성 중인 대규모 쇼핑타운과 고급식당가를 가리키며 중국 고위층의 친인척이 나서서 만드는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인허가가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기로 유명한 중국에서 대형공원과 호수를 낀 목 좋은 위치에 쇼핑타운을 조성하려면 고위층이 끼지 않고는 힘들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는 중국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기 때문에 놀라운 일도 아니라면서 한국도 그러냐고 물었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이징의 아파트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다.
이 공원은 1년내내 공사 중이다.
지난 겨울 몇 달간의 공사 끝에 고급유치원이 문을 열었고 지금도 공원 안 곳곳에는 3~4층 짜리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주민 휴식공간은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상업시설들만 늘어간다.
공원내 작은 호수는 몇 달전부터 유료 낚시터로 바뀌었다. 20위안(한화 약 3,300원)이면 낚시도구도 대여해준다.
외국기자의 눈에 이 공원은 인근 주민의 휴식과 여가선용 공간이 아니라 공원 관리사무소의 수익사업장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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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원이 상업시설로 변모돼가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지금껏 들어보질 못했다.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오는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뉴스시간 때마다 ''''붉은 깃발 휘날리며(红旗飄飄)''''라는 공산당과 공산당원들의 활약상을 선전하는 코너를 방영하고 있다.
중국 광전총국(廣電總局)도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때까지 통속적인 드라마 방영을 중단시키는 대신 공산당과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해 내보내도록 지시해놓고 있다. [BestNocut_R]
관영 신문들에서도 ''''공산당의 발자취(红色足迹))'''', ''''중국을 이끈 공산당(领航中國)'''' 같은 구호들이 무성하다.
중국에선 기원전 하(夏)나라와 상(商)나라, 주(周)나라를 빼곤 숱한 왕조들 가운데 1백년을 넘긴 왕조가 드물다.
공산당은 집권 기간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중국을 다시 대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렇지만 중국 상층부의 부패와 기층민의 냉소·체념은 성장의 과실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만큼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