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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이 홍수대비? "여긴 홍수 피난 가야할 판"

사회 일반

    4대강사업이 홍수대비? "여긴 홍수 피난 가야할 판"

    [장마철시작 4대강긴장]① 낙동강 하류, 홍수 위험 높아

    지난 봄비로 4대강 주변 지역이 갖가지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CBS는 장마철 개시와 함께 다시 근심에 빠진 4대강 주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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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전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들녘에 양수기 소리가 요란했다. 아직 제대로 된 장맛비가 내리지도 않았지만 때아닌 물 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제방을 사이에 두고 낙동강과 인접해 있는 이곳은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서 들판에 물이 차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전에 없던 일이다.

    낙동강에 물이 많아지면서 제방 틈으로 물이 밀려들어온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이런데 장마철에 낙동강 물이 더 불어나면 성산 들녘 전체가 물바다로 변하지 않을까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산 주민들, "정부는 나몰라라 아예 포기하고 산다"

    농민 손영교(54)씨는 "이미 농지가 침수돼 배추와 양상추를 다 망친 상태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다"며 "농지에 물이 차 버리면 남은 수박농사가 다 망치게 돼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말했다.

    이영란(51.여)씨도 "작물을 심어도 물이 차올라 다 망친 이 고통은 말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농민에게 피해가 없게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모내기 준비가 한 창인 박동욱(35)씨는 "아무런 대책없이 장마를 맞게 생겼다"며 "비가 많이 온다하면 안 아픈 머리가 아플 정도로 이젠 마음이 심란한 단계를 넘어서 포기 상태까지 왔다"고 손을 내저었다.

    지난 4~5월 봄비에 한바탕 물난리를 겪었던 함안군 대산면 장포 들녘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들판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 주변에서 비만 오면 역류현상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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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봄비 때도 낙동강 본류의 수위가 높아지자 금강 물이 낙동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이 일대에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까지 대규모 낙동강 준설로 수위가 낮아져 모내기 할 물이 부족했었는데, 이젠 반대로 물난리 걱정을 해야 할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박을 재배하는 이숙진(53.여.가명)씨는 "얼마전 봄 비에도 일부 농경지가 침수했다"며 "원래는 남강이 낙동강으로 물이 잘 빠져 나갔지만, 4대강 공사 뒤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역류하고 있어 큰 일이다"고 말했다.

    침수 우려 함안보 주민들 긴장, "예측할 수가 없다"

    낙동강에 들어서는 8개의 보 인근 주민들의 걱정은 더 크다.

    함안군 칠서면 안기마을은 함안보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있는 80가구로 이뤄진 마을이다. 이곳은 낙동강 지류인 광례천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함안보 상류지점에 합류하는 광례천은 함안보가 들어선 이후 유속이 급격히 느려져있다.

    본류의 물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으면 직전 상류쪽 지천의 물 빠짐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치다. 안기마을 주민들은 장마철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여차하면 피난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왕차근(55)이장은 "안그래도 비가 많이 오면 상습 침수 지역인데 보가 건설되고 물이 차면 광려천의 수위도 상승해 역류하면서 저지대인 이곳은 조그만 비에도 물바다가 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마치 전쟁통에 피난을 준비하는 마냥 짐 싸는 일도 일상화가 돼 버렸다.

    그는 "침수 우려가 크다보니 비만 오면 대피 방송 때문에 밤잠도 설칠 정도"라며 "주민들은 비만 오면 피난 갈 준비부터 할 만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마을주민 심승경(58)씨는 "침수되면 광려천으로 떠밀려 온 온갖 쓰레기가 논에 가득 쌓일 정도"라며 "함안보 때문에 비가 조금만 와도 논과 주택은 침수될 게 뻔한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함안군의회 빈지태 의원(민주노동당)은 "저습지인 함안보 인근은 그렇지 않아도 늘 침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며 "지천 정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가 강물을 막아버리면 폭우로 인한 침수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 의원은 "보가 건설되면 홍수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강가에 사는 주민들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불필요한 120억원을 들여 장포 들녘 제방(3.3Km)을 확장하고 넓히는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홍수 우려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천보 주민들, "농민 죽여가며 4대강 공사해야 하나"

    함안보 보다 위쪽에 있는 합천보 인근 마을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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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본류의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겠다는 4대강 사업의 취지가 적어도 이곳에서는 억지로 밖에 들리지가 않는 눈치다.

    마늘 수확이 한창인 진정휘(48)씨는 "최근 5월초에 내린 비로 지하수위가 10.5m까지 상승했다"며 "덕곡 지역은 강물이 불면 지하수위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에 폭우가 내리면 침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혹시나 올해가 마지막 농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낙동강과 지류인 회천, 덕곡천의 3면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대부분 벼 추수를 끝내고 겨울에는 감자와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하는 이모작을 하기 때문에 땅을 놀리지 않는다.

    진 씨는 "장마 오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 없을 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농사를 못 짓는다면 떠나라는 말인데, 서민을 죽여가면서 4대강 공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런 걱정은 이론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8개나 되는 보로 낙동강의 물 흐름을 막고서는 비가 올 때 한꺼번에 수문들을 열어젖히기 시작하면 하류 쪽은 당연히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배종혁 의장은 "폭우가 쏟아지면 본류보다는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보가 물을 가두고 있는 상태에서 많은 물이 쏟아지면 낙동강 하류쪽 농경지들은 위험이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자연의 이치대로 만들어진 낙동강의 흐름이 4대강 사업으로 인위적으로 바뀐 지금, 많은 양의 비가 어디로 넘쳐흐를지 걱정은 자꾸만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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