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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남자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3개월간 대한민국을 호령한 최고의 톱스타 독고진 역의 차승원을 '알현'하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188Cm의 훤칠한 키에 깎아놓은 듯한 외모, 티셔츠 하나만 걸쳐도 '간지'가 철철 흐르는 옷태와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화법까지,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이 완벽남은 사실 불혹을 넘긴 두 아이의 아빠다.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칭찬에 차승원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아빠 이야기를 많이 듣는 모양”이라며 예의 ‘딸바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자 이내 냉철하게 자신의 연기관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연기생활 20년차의 녹록지 않은 내공이 엿보였다.
▲지난 몇 달간 톱스타로 살아온 기분이 어떤가?
-과연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때로는 괴팍했다 한순간에 로맨틱해지는 인물.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가 16부까지 온전히 유지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로맨틱코미디 장르다 보니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 상황이 사랑스럽게 해석되면서 남녀노소 좋아하는 캐릭터가 됐다. 그런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초반 차승원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홍자매 작가 때문이다. ‘미남이시네요’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꼭 한 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마침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는데 내 캐릭터가 기존에 있던 인물이 아니었던 거지.(웃음) 하지만 이런 인물이 캐릭터만 잘 잡으면 파급력이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초반에 대본 1~4부를 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다. 특히 4회의 ‘내 팬티 내놔’ 라는 장면. 또 감자를 생물처럼 대하는 은유와 비유가 대본 안에 적절하게 녹여졌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대본이다. ‘최고의 사랑’은 매회 마다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 작품이다.
▲‘독고진’은 배우로서 공감가는 캐릭터였을 것 같다. 실제 차승원은 얼마나 투영됐나?-10%? 배우라는 직업과 가끔 짓는 표정 외에는 90% 다른 인물이다. 처음에는 50%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찍으면서 점점 비율이 줄어들었다. 정말 이 인간은 가상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앞에서는 센 척 하다가 뒤돌아서서 부끄러워하는 장면, 정말 유치하지 않나?
▲그런 독고진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독고진이 비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표출만 안했을 뿐 자기 안에 비현실성을 담고 있다. 연예인이니까, 일반인이어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밝힐 수 없는 부분을 독고진이 뿜어내니 감정이입이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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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구애정 캐릭터는 욕심나지 않았나? -글쎄, 아마 내가 했으면 잘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국경의 남쪽’을 촬영할 때 절실하게 깨달은 건 내가 하고 싶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진심을 다해 연기했지만 대중은 차승원에게 불쌍한 이미지를 원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러더라, 차승원은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전쟁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독고진이란 인물도 공격적이지 않나. 그러면서도 형규가 ‘아저씨 수염이 왜 소자예요?’라고 물으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점에서 공격성과 수동성이 적절한 밸런스가 맞춰졌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과거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건 모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덜하지만 내가 처음 연기자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모델 출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한정적이었고 단순했다. 그걸 깨기 위해 코미디를 택했지만 모든지 너무 과하면 안됐다. 지금까지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가슴 속에 남은 건 ‘선생 김봉두’와 ‘박수치고 떠나라’, ‘국경의 남쪽’ 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단순 코미디물에 회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시티홀’이나 ‘최고의 사랑’처럼 정극이 바탕에 깔린 코믹물이라면 얼마든지 출연할 의사가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 두 아이의 아빠인데도 톱스타를 연기했다. -10년 전에는 안 그랬다. 그때는 로맨틱코미디물은 20대만 해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군대 다녀온 30대 남자 연기자는 무조건 다 아저씨 아니었나.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들의 시각이 달라졌다. 시청자들도 30대 연기자의 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만약 싱글이라면 ‘최고의 사랑’ 속 독고진처럼 열애 사실을 공개할 것인가?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아니, 그게 맞다고 본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순간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봐 말을 못해도 결국에는 용기를 내지 못한 걸 후회하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최고의 사랑’을 꿈꾸지 않나. 누군가는 독고진이 희생을 했다고 하지만 결국 독고진은 더 많은 걸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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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할 때 어린 나이에 결혼한 사실을 공개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음...그런데 어느 순간 가족 얘기를 닫게 됐다. 나는 내가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만 바라볼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더라. 내가 방송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은 불편한 삶을 살게 됐다. 가족들은 불이익을 당해도 나 때문에 화도 내지 못한다. 조니뎁이 어린 시절 가족 자랑을 하니까 말론브란도가 전화와서 “그들(팬들)은 네 가족을 본다”라고 조니뎁의 행동에 충고를 했다는 일화가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가족을 보호해주고 지켜주기 위해서는 방송에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내가 일할 때만큼은 동떨어지게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느 덧 연기생활 20년을 넘었다. 상 욕심은 없나?-상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 탈 없이, 마흔 넘어서 로맨틱 코미디 성공시킨 점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의미있고 가치 있지 않나. 우리 팬들은 내가 상을 못 받는 것에 격분하고 있긴 하지만...상이란 받을 때가 있는 법이다.
▲향후 계획은?[BestNocut_R]-나는 쉬면서 구상을 하는 유형은 아니다. 이제까지 끊임없이 작품을 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나의 일상생활을 오래 간직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찾아야 다음 연기에 잘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배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충전’을 좀 해야겠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좋은 시나리오나 대본이 내 책상 위에 쌓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