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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동대문감리교회, 교회 이전문제로 시끌

    근대문화유산 소실 위기, 뚜렷한 대책 없어

    동대문교회

     

    121년의 역사를 가진 동대문교회가 서울시의 동대문 성곽 복원화 계획에 따라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동대문교회는 한국교회사에서 최초로 남녀가 함께 예배를 드렸고, 여성병원인 보구녀관을 통해 감리교단 복음전파의 산실이 되었던 곳이다.

    이렇게 긴 세월을 지켜온 동대문교회가 2008년 발표한 서울시 공원화계획에 따라 경기도 수원 광교 인근으로 교회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 측은 이미 광교 신도시 내 종교부지 2600 제곱미터(약 780평)를 매입한 상태다.

    하지만, 교회 이전이 기독교 근대문화 유산 소실과 대다수 교인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대문교회 이전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교회가 '이전 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서울시가 공원 부지로 대토를 제공하고 건축비 100억원을 지원해 준다는 제안을 했으나 교회가 이를 거절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계획에만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의 구역회를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상연 권사(동대문교회)는 "2008년 3월 20일에 서울시에서 세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한 달도 안돼서 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 보낼 수 있느냐"며 "이 내용을 그 당시에는 교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공원 부지 안에 대토를 준다는 제안은 있었어도 건축비를 지원한다는 제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동대문교회 인근 성곽 복원을 위한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2008년 3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동대문교회 보존운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강경한 입장과 2009년 1월에 제기한 '도시계획 시설 결정 취소소송'에서 패소해 어쩔 수 없이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측 한 관계자는 "도시계획 시설 결정을 하는데 주민들의 공감이나 행정절차 같은 게 누락이 됐다면 (항소를 할 수 있었지만) 과정상에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며 "교회 측이 항소 못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이사회는 교회 내 갈등과 관련해 동대문교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21일 교회 기본재산 처분 전환 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교회 이전을 두고 3년여를 끌어온 사이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교인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사의 소중한 근대문화유산도 소실될 위기에 처했지만, 교회 측이나 이전을 반대하는 측 모두 뚜렷한 대책 없이 힘겨루기만 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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