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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의 길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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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의 길은 분명합니다

    • 2011-07-08 09:39
    ㄴㄴㄴ

     

    "만일 내가 죽게 된다면…. 나의 영정은 제주도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의 무대 위에 설치해주세요. 저는 죽을 때까지 강정바다를 지킬 것이고, 죽어서도 강정바다를 지킬 것입니다.

    "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장은 강정마을 앞바다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그곳에서 비닐 천막을 짓고 살았다.

    지난 4월 6일에는 바위를 깨부수고 바다에 시멘트를 붓는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맨몸으로 중장비를 가로막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 71일간 목숨을 건 단식

    목숨을 건 그의 단식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단식 40일째에는 지인들에게 장례 준비를 부탁하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경찰서 유치장과 구치소, 병원을 전전하며 무려 71일 동안 단식투쟁을 이어나갔다. 양윤모 전 회장의 주장은 단순명료하다.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강정마을에 평화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주변의 만류로 지난달 15일 단식을 중단하고 제주대병원에서 회복 중인 양 전 회장을 만났다. 밤새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 뒤 아침에 곱게 모습을 드러낸 태양처럼 그는 평온해 보였다.

    병실 벽에는 강정마을 사진과 함께 영화평론가 양윤모 단식투쟁 71일 강정마을 평화 보장하라! 제주 해군기지 철회!라는 격문이 붙어 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단식투쟁에 돌입할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자신의 유언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언제든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겠죠. 저는 행정대집행의 기미가 보이면 그 즉시 제주도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재개할 것입니다."

    ■ 강정 앞바다는 '하늘이 준 선물'

    양윤모 전 회장의 고향은 이곳 제주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의 서울 생활은 크고 작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이끌고 강우석필름아카데미 초대 교장을 역임했다.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과 2007년 한미 FTA 반대운동 때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제주는 그에게 큰 위안을 선물했다.

    "예를 들어 뭍이 생활의 공간, 경쟁의 공간이라면 제주는 위안과 휴식과 안식을 제공하는 일종의 유토피아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제주를 그토록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는 고향 제주의 매력에 이끌려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특히 강정마을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다.

    강정 앞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이자 우리나라 유일의 '산호군락지'인 문화재보호구역이다.

    특히 강정 해변은 길이 1.2㎞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 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올레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존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할 만큼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그런가 하면 국가권력의 횡포로 수많은 양민이 무고하게 학살된 4·3의 처절한 아픔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안보'라고 거짓 포장된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동북아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인류 보편의 숭고한 가치를 구현하는 '생명과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 들불처럼 일어난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

    양윤모 전 회장의 단식 투쟁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먼저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개신교와 천주교 목회자를 중심으로 '평화기도회'가 시작되고,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양윤모 전 회장을 지지하는 영화인 모임도 결성되고, 경순과 최하동하 등 8명의 젊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들은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멘터리 '강정'을 제작해 오는 9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제주도 10개 읍면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읍면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제주도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캐시 캘리와 브루수 개그논 등 세계 각지의 평화와 생명운동가들도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에 뜻을 모으며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제주 해군기자 반대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 싸움을 통해서 너무나 중요한 것을 알게 됐어요. 그것은 제주도가 비무장에 의한 항구적인 평화의 섬이 되기를 염원하는 평화와 양심세력이 지구 상에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 "지식인의 이중성을 경계해야!"

    그는 요즘 안중근 의사에 푹 빠져 있다.

    병상 위 머리맡에도 '안중근의사 자서전'과 '안중근 평론',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 등 안중근의사 관련 서적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저는 청소년 시절부터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책도 많이 읽었지요. 제 인생의 자양분이 된 독립운동가의 삶을 보면서 제가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은 '지식인의 이중성'입니다.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면 저는 영화평론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길이 옳다면 당당히 가야죠. 그것이 지식인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꿈은 강정마을을 온전히 지켜낸 뒤 계속 이 마을에 살며 '농사짓는 영화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농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모아 이들을 고등학교까지 무료로 가르칠 계획이다. '농사'와 '영화'에 푹 빠져 "까르르" 웃는 검게 그을린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벌써 눈앞에 선하다.

    제주에서 예쁜 꿈을 꾸는 이들이 어디 양윤모 평론가뿐이랴. 제주는 그렇게 많은 이들의 소박한 꿈을 넉넉히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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