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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녹색 4대강? ''개콘강''이라 불러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ㅇㅇ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경기도 시흥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중소기업들을 돌아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졸자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특히 강조했다.

    ''''기업과 특성화고교가 연계해 취업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탁상행정 말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 노동부와 교육부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대졸 고졸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대졸자마저도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는 소수 일류대학 출신들에게 쏠려 있다. 대학 나와도 절반은 비정규직이고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질 나쁜 일자리만 기다리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정부는 그런 고용정책을 펴고 있을까? 아니다 대통령의 걱정대로 탁상행정만이 널려 있다.

    ▣ 가야 할 길, 피할 수 없는 길 - 녹색 경제

    급속한 산업화와 무차별 개발에 의해 지구 생태계가 깨어지고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지구의 한계와 성장의 방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바꾸기로 했다. 저탄소 녹색경제 사회로 옮겨가자 약속하고 기후변화협약을 탄생시켰다. 이 협약대로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량을 축소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해야만 한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심해 제재를 당할 수 밖에 없고 후진국의 탄소배출권을 비싸게 사다 써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과소비 국가이며 탄소과다 배출 국가로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 확실하다.

    저탄소 녹색경제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탄소과다 배출 산업의 위축과 해외 이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은 아예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을 받지 않는 후진국으로 옮겨간다. 우리 철강업계도 중국과 남아메리카에 해외공장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도 정제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데 이것이 엄격히 제한받으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게 국가 우선 정책이 될 테니 전기 소비가 줄면서 전력산업에서도 일자리가 줄어든다. 에너지 과다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대형 산업 - 철강.조선중공업.중화학 산업 - 우리나라 핵심 산업들이 규모가 줄어들거나 해외로 옮겨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고 강력한 충격이 가해짐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런 녹색으로의 전환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고 피할 수도 없는 길이다.

    ▣ 회색에서 녹색으로의 <정의로운 전환="">

    건설건축 부문을 예로 들자. 아파트 건설은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실업의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럴 때 기존의 아파트를 태양열 아파트로 모두 수리하는 새로운 녹색건설 사업을 시작한 것이 독일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배출되던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고, 난방비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건축 현장의 노동자들은 태양열 건축 기술을 새로 습득해 녹색 노동자로 바뀌어 가는 방식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산업환경과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노동자가 퇴출 당하고 그 가족들이 실업으로 고통당하지 않도록 배려해 새로운 녹색 일자리로 바꿔 나가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한진중공업에서 망치질하고 용접하던 노동자가 조선산업의 후퇴로 일감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자리에 새로운 녹색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쪽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그러나 최근 시작한 태양광 에너지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군산에 풍력발전기 공장을 시작해 저탄소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비정규직만 늘어나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전략적인 전환,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고 실천한 것은 인정해야한다.

    한진중공업은 어떤가? 새로운 전략, 노사가 함께 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생각 않고 저임금의 필리핀으로 튈 생각만 하며 일감을 빼돌리고 노동자들을 내 몰고 있지 않은가. 경영전략의 착오와 실패이니 지금 사태의 책임은 한진중공업 경영진에 있다. 그럼에도 기업주의 이익은 악착같이 챙겨 나가니 악덕 기업주라 비난하는 것이다.

    지금이면 녹색성장과 정의로운 전환의 아이디어들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쏟아져 나와야 하고, 정부는 마련해 둔 기금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자 훈련과 생계를 보조해 줘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가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며 세상을 바꿀 ''''천 개의 직업'''' 운동을 펴는 것도 그래서 앞서가는 의미 있는 사회운동인 것이다. 민간이 이럴진대 우리 정부의 녹색 청사진은 과연 어떨까?

    ▣ 4대강이 녹색이면 개그콘서트는 휴먼다큐다

    정부도 녹색 성장을 해야 한다 하고, 녹색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국가에너지 계획이나 녹색 성장 계획에는 쫓겨나는 노동자를 어찌할 건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 구상, 녹색 뉴딜에 따르면 총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녹색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 20조에 34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계산이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4대강에 20조를 쏟아 부었다. 결과는 정부 통계를 그대로 인용해도 건설 노무자에 함바집 식당 아줌마까지 합쳐 8만8천명이다. 고용기간 10개월 이하인 일자리가 15%이다. 1년 이하면 20%가 훌쩍 넘고 4대강 사업이 끝나고도 살아남을 새로운 녹색 일자리는 손에 꼽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루 6만원 받고 60일 일하면 없어지는 땅 파기 일자리가 무슨 녹색 일자리란 말인가. 홍수로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이 무너지고 모래가 다시 쌓인다. 이것을 퍼내고 뜯어고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것도 보나마나 강가에서 일하니 녹색 일자리 창출이라 할 것 아닌가. 4대강이 아니라 개콘강이다.

    재생 에너지 산업 쪽에서, 첨단 바이오기술 쪽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성격 상 줄어드는 일자리는 무더기로 쏟아지고 늘어나는 일자리는 소규모이다. 또 정부가 선전하는 새로운 녹색 일자리는 너무 고급스럽다. 탄소배출권 거래소 중개인, 바이오공학 연구원, 첨단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런 일자리는 숫자도 적고 고교 졸업자에게는 쳐다보기도 까마득하다.

    그래서 녹색성장 계획안에는 노동자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안전한 새 일자리로의 전환 계획, 거기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지원 방안, 적절한 타임 스케줄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 노동계 대표, 비판적 학자도 참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대통령 지적대로 탁상행정만 내놓을 뿐이다.

    ▣ 환경이 망가지면 내일 죽지만, 쫓겨난 노동자는 오늘 죽는다

    이제부터는 경제가 회복되어도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는 늘어만 간다.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여기 저기 생겼다고 자화자찬하는 건 정말 코미디이다.

    환경과 관련한 산업적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는 반드시 타격을 입을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문제도 함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필요한 생계비, 교육비용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전환이고 국가 차원에서 기업과 노조와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묶어 해내야 할 작업이다.

    특정 산업이 더 이상 성장 못하고 쇠퇴의 길을 걷고, 거기서 노동자가 정리해고 돼 쓰러지고 그 가족이 무너지면 기업이 산다고 해도 정부와 국가의 의미는 없어지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나빠지면 내일 죽는다, 그러나 노동자는 일자리가 없으면 오늘 죽는다. 쫓겨나는 건 오늘이고 녹색성장은 먼 미래가 되면 곤란하다. 그건 정의도 공정도 아니다. 녹색으로의 전환이 정의롭고 공정하도록 전면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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