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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던 우면산 곳곳에서 산사태가 나 17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산사태는 약간의 시차가 있기는 했지만 공교롭게 우면산 동서남북 4곳에서 일어났다.
우면산터널 요금소 쪽 형촌마을과 반대편 예술의 전당 옆, 그리고 왼쪽 교육방송 뒷산과 오른쪽 남태령 전원마을에 토사가 덮치면서 커다란 인적.물적 피해를 냈다.
우면산이 사방에서 무너져 내린 일차적 원인은 이틀에 걸쳐 서울에 내린 40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다.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서초구에도 350mm 가량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특히, 산이 무너져 내리기 직전인 27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동안 161mm의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렸다.
하지만 우면산터널 공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사를 하면서 진행한 발파 작업이 우면산의 지반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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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우면산 일대에 200mm 가량의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사를 진행했던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발파 때의 진동으로 기반 자체가 약화됐을 수 있다"며 "암반층 사이에 빗물이 스며들어 공간이 생기고 또 다시 많은 비가 오면 결국 산사태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고 작은 작은 도로에 의해 고립된섬이 된 지 오래인 우면산은 이런 저런 명목의 개발에 의해 가장자리부터 야금야금 잠식 당하면서 도심속 허파역할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가하면 형촌마을 산사태는 마을 윗쪽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생태연못의 빗물이 넘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BestNocut_R]
27일 오후 11시 현재 6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남태령 전원마을 산사태는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의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사고일 개연성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에 1년전 산사태때 발생한 고사목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빗물의 흐름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방송시설에 큰 타격을 입힌 EBS쪽 산사태와 관련해서도 EBS 직원들은 "산사태 지점에서 벌목이 이뤄졌었는데, 그 나무들이 치워지지 않아 일이 커진 것 아니냐"고 수근거렸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 중심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경원선 철로 이전 공사 현장이던 초안산 산사태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듯이 이번 우면산 산사태도 인간의 지나친 개발과 현대화가 부른 참극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