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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일 이틀에 걸쳐 서울지역에 44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서울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한 시간에 60mm가 넘는 폭우가 퍼부어지면서 사고가 속출했다.
27일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던 우면산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빨아들이지 못해 곳곳에서 토사를 내뿜었다.
이날 오전 9시, 우면산 남서쪽 남태령 기슭에 있는 평화로운 전원마을에 산사태가 발생, 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부인 양명숙씨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근 아파트 등에서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16명이 희생됐다.
이보다 1시간 앞선 8시쯤, 우면산 동쪽 방면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EBS(교육방송) 사옥에도 토사가 밀려들어 세트장과 스튜디오 등이 파손됐고 무정전장치(UPS)가 일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오전 한때 라디오 방송이 중단됐고, 응급복구가 이뤄진 뒤에도 비상발전기를 이용해 위태롭게 방송을 진행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졌다.
■ 광화문·강남 등 곳곳 물난리=부촌의 상징인 서울 강남 일대도 기록적인 폭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300m가 넘는 폭우가 퍼부어지자 강남역 일대에서 서초동 삼성타운을 지나 양재역에 이르는 강남대로와 주변 도로들은 거대한 강이 돼 버렸다.
강남역 주변에서는 빗물이 성인 어른의 무릎 위까지 차올라 중앙차로의 버스정류장이 마치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 일대도 우면산에서 토사와 빗물이 쏟아져 거대한 흙탕물밭으로 변했고 역구내까지 물이 흘러 들었다.
광화문 일대는 좁은 하수관로가 한꺼번에 쏟아진 빗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도로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지난해 추석 기습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광화문 일대와 세종로 사거리도 흙탕물이 도로를 메워 어디가 도로이고 어디가 사람다는 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계속 광화문에서 시청방향으로 가는 도로는 한때 물에 잠겨 5개 차로 가운데 2개 차선만 운행되기도 했다.
■ 지하철도 스톱, 출퇴근길 큰 불편= 한바탕 물난리를 겪은 서울 도심 지역은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았던 하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도로는 마비되거나 장대비에 파헤쳐졌고, 침수되거나 통제되면서 밤늦도록 교통대란의 여파가 이어졌다.
서울 서초동에서 출발해 목동까지 도착하는 데만 무려 2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는 등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과 철도는 하루 종일 멈췄다 운행을 재개했다를 반복했다.
이날 밤 10시 현재 중앙선 용산역과 청량리역 구간의 운행이 멈췄고 경원선 소요산역 인근 선로가 침수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돼 동두천까지만 운행되고 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간선 도로도 호우에 불어난 물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서울은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한강 수위가 올라가 하루 종일 사람과 차량의 잠수교 통행이 금지됐다.
한강 지류인 왕숙천과 탄천에는 홍수경보와 홍수주의보가 각각 별령되기도 했고 양재천과 안양천 등 다른 지류들도 붉은 흙탕물이 높이 쌓아올린 강둑을 위협했다.
집중 호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저로 사용하던 종로구 이화장 일부에도 수마의 흔적을 남겼다.
이날 오전 9시쯤 이화장 본관 뒤편 높이 4~5m 정도의 화단이 집중호우로 무너지면서 흙과 나무 등이 이화장 건물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