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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우유를 만드는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놓고 협상이 지체되며 낙농농가들의 집유 거부에 들어갔다. 낙농농가들이 공급하는 원유가격은 리터당 704원, 여기에 유지방 함유에 따른 프리미엄 가격, 집유, 이송, 검사, 까지 끝나면 리터당 890원이 된다. 다시 포장, 살균, 가공 등 기타 원가, 일반 관리비가 더해지며 납품가는 1,442원이 되고, 판매마진이 얹어지면 소비자 가격은 2,250원 정도. 낙농농가는 원유가를 173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이뤄지면 우유 1리터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3천원에 육박하게 된다.
▣ 왜 우유는 남아서 버리다 모자라다를 반복하나? 이야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 발전에 관심이 많았던 김대중 대통령이 낙농진흥법을 개정해 대폭 지원하면서 낙농업 붐이 일어났다. 한우 키우다 팔아버리고 젖소 사들인 농민까지 생겨나면서 낙농농가는 급속히 늘고 규모도 커지고 시설도 개선되었다. 그러면서 원유의 공급과잉을 우려해 생겨난 것이 쿼터제이다.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게 생산쿼터를 지정하고 그만큼만 사들이는 제도이다. 어느 목장에 쿼터가 100 이라 칠 때 100 이상 생산하면 나머지 우유는 절반 가격에 납품하거나 알아서 자체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남는 우유를 팔기란 쉽지 않아 2002년 원유 공급 과잉으로 대량의 우유가 길바닥에 버려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정부와 협회가 나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젖소 수를 줄여 2002년 55만 마리 수준에서 2009년 45만 마리 수준으로 감축했다.
그러나 공급과 수요가 그럭저럭 맞아가던 중 구제역과 무더위, 장마로 생산량이 크게 줄자 이번에는 공급량 부족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생산해 파는 원유량이 줄어드니 낙농농가가 타격을 입고, 사료 값이 오르니 생산원가는 상승해 낙농농가들이 파산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유가공업체는 그동안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면 각종 유제품을 끼워팔기 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값싼 외국 유제품 수입으로 이득을 올렸다. 어느 방법이든 결과는 낙농농가의 쿼터를 줄이는 방법으로 손해를 메우게 되어 있다. 쿼터제를 통해 낙농농가에 대해 ''''갑''''으로 행세해 온 것이다. 이번 낙농농가들의 집유 거부 사태는 낙농농가가 벼랑 끝에 이르자 ''''을''''의 자리를 마침내 뒤집고 집단행동에 나선 측면이 있다. 낙농농가로서는 쿼터량을 지정하는 우유제조업체에 끌려 다니며 쿼터량을 맞추기 위해 투자한 자금을 갚느라 늘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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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 가격 협상, 무엇이 걸림돌인가? 낙농농가가 보급하는 원유의 가격 결정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기본 유대 - 원유 생산비2. 유지방 함량 (우유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지방 함량이 4.3% 이상이면 리터당 77.25원의 프리미엄 지불)3. 위생 수준 - 세균이나 체세포 수에 의한 평가
기본 원유 생산비는 어떻게 추산해 낼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사육두수, 착유두수, 한 마리당 산유량 산출근거, 노동시간 산출 근거, 젖소 두당 수익성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걸 계산해 내기 위해서 표본 농가를 뽑아 농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 몇 농가를 뽑아 내느냐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전문 능력이 있는 통계청이 나서서 담당하고 있다. 결국 정부 측은 농림식품부와 통계청이 참여하고, 농림식품부가 관장하는 낙농진흥회가 낙농농가와 유가공업체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기본 생산비 외의 다른 요소들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사료비 - 원유 가격 협상 중에도 계속 오르고 협상이 끝난 뒤에도 오를 전망이어서 이를 가격인상에 어느 정도 반영하느냐의 문제인데 가격인상폭이 나와 있고 추정도 가능해 원유가격 인상에 반영하는 걸로 합의가 된 것으로 전해짐
▲구제역, 이상 기후 등 불안한 외부 요인들로 인해 낙농농가가 받는 타격을 원유가 인상에 얼마나 반영할거냐의 문제. 낙농농가들은 3% 보정안을 내놓고 있어 쟁점 사항
▲쿼터 구입자금 비용 - 농민들이 쿼터를 늘리기 위해 시설을 확장하느라 투자한 자금의 상환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반영하는 것도 큰 쟁점.
문제는 낙농농가를 생각하면 대폭 올려야 하는데 유가공업체가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가 뿐 아니라 정부가 물가인상을 억누르고 있는 시점이라 가격 협상이 쉽지 않다.
▣ 소 키우는데도 철학이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가 우유의 성수기이다. 우유도 많이 마시지만 아이스크림 재료 수요도 커지고, 아이스 카페라테 등 우유가 많이 들어가는 찬 음료 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행히 초등학교 방학기간이어서 학교급식 우유 소비가 없기 때문에 일단 학교로 갈 것이 시장으로 가니 그나마 우유대란 상황이 심각치는 않다. 유가공업체 재고분도 며칠 분은 있을 것이니 곧 협상을 매듭짓고 개학을 맞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낙농산업 전체가 불안한 상황. 한국 구제역,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아랍 지역 민주화와 유혈사태, 중국 감독 강화, 유럽연합 젖소 감축 등으로 국제 유제품 가격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번 파동을 가라앉힐 단기 대책이 나와야 하고, 구제역으로 줄어든 생산기반이 회복될 때까지는 수급조절이 늘 어려울 것이므로 중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생산자 위주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우리 낙농업을 살려 수급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 이번 사태도 벌써 지난해 말부터 예견되어 온 문제이다. 그런데 여름이 되도록 해결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집유 거부 사태에 이른다면 위기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하면 원유 수급 조절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식의 처방만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소 키우는 데도 철학이 있다. 농림식품부는 왜 소를 키우는 지 왜 낙농업이 필요하고 유지되어야 하는 건지부터 다시 공부하고 철학을 재정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