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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경찰 홍보영상 보고, 훈화 듣는게 봉사?

    • 2011-08-12 06:00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각 경찰서가 추진 중인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경찰 홍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참여한 학생들은 프로그램 말미에 상영되는 '경찰 홍보 영상'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달 경찰은 각 지방청 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잘 짜서 시행하거나 여건이 안 될 경우 관련 기관에 학생들을 안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를 전달 받은 전국의 각 경찰서들은 관할 지역 중고등학교와 연계, 방학 기간 봉사 점수를 필요로 하는 학생 수백여명의 신청을 받아 자체 봉사 활동을 실시하거나 추진 중이다.

    학생들이 하루 4시간 참여해 프로그램이 끝나면 경찰에서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 받아 가는 식이다.

    실제 서울의 한 경찰서의 경우 지난 달부터 교통질서지키기 캠페인과 거리 청소, 범죄예방교육 등이 포함된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찰서만 해도 프로그램에 경찰 홍보 영상 시청과 경찰 관련 질의 응답이 무려 한 시간 넘게 계획돼 있다.

    CBS 취재진이 학생틈에 끼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한 결과 1시간 30분 동안 영상자료 시청과 강의 등 '경찰 교육'이 계획표대로 진행됐다.

    특히 대한민국 경찰의 업적을 설명하거나 범죄율 감소, 시위문화 개선 등 홍보성 강의가 주를 이뤘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경찰 조직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것 저것 질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여기 저기서 학생들이 몸을 비틀거나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주제는 분명 '범죄예방교육'이었는데도, '왜 공부가 필요한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 '행복의 조건' 등의 내용이 40여분을 채웠다.

    학생 A군은 "경찰서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범죄 현장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나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익힐 기회라고 생각해 기대가 컸는데 열심히 살라는 뻔한 설교만 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여기까지 와서 이런 강의를 듣다니..., 경찰서 봉사활동과는 거리가 있는 교육이었다"고 못마땅해 했다.

    정작 학생들에게 시민 의식을 함양시켜줄 수 있는 교통 관련 교육은 방대한 준비자료에도 불구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학생 B양은 "자료는 좋았는데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시간에 맞춰가는 느낌이어서 그다지 알찬 강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 학생 C양은 "좋은 이야기로 시작돼 결국 경찰서 홍보로 끝난 황당한 느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일선 경찰서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대해 경찰 고위 관계자는 "홍보 영상은 5분 정도밖에 안된다"며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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