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호 기자가 매일 아침 그날 있을 뉴스의 핵심을 꼭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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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시 관계자들은 강남 아주머니들의 점심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가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오세훈 시장의 영원한 지킴이, 강남3구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초,강남,송파 이른바 ''강남3구''의 힘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을 사실상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 중 60만명 가까운 유권자가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는데요 총득표수가 208만여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몰표였고 덕분에 다른 20여개 구에서 잃었던 표를 단숨에 만회할 수 있었죠.
당시 서초,송파구는 서울시 총투표율 53.9%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강남3구주민들이 작심하고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추측도 가능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먼저 얼마전 집중호우 피해가 강남지역을 강타한뒤 수습과정에서 드러났던 지자체의 무능함이 오 시장에 대한 반감을 한껏 높여놨다는 설명입니다.
갑자기 집안에 진흙이 들어차고 단수때문에 고층아파트를 수시로 오르내리며 물을 날라야 했던 경험은 이 지역 주민들이 그리 자주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을 겁니다.
여기에 오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최근 폭락하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도 지역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네요.
지난해부터 강남 투자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자문형 랩'' 상품의 손실이 특히나 커서 투자가들 사이에서 한숨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투표 내용 자체가 돈 있는 집안은 돈을 내고 급식해야 한다는 것이니 아무리 오 시장에 호감을 가진 유권자라 하더라도 바쁜 시간 쪼개 투표까지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시큰둥한 분위기''의 강남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놓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오세훈 시장이 투표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지요
오 시장의 퇴진이 안타까워서라기보다는 오 시장이 시장직을 내놓을 경우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다는 것에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야당출신 시장을 새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상당수 강남3구 주민들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강남3구의 민심은 지금 심한 격랑의 바다와 같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강남지역 투표향배는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오 시장과 한나라당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설사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투표율이 33.3%와 근접한 의미있는 수치를 기록한다면 오 시장은 향후 정치행보에서 큰 힘을 발휘할 여지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 있는 투표율이 나오기 위해서 강남3구의 뒷받침은 필수조건이죠.
한나라당 입장은 더욱 절박합니다. 이미 지난 재보선에서 아성인 분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무너지면서 당이 심한 내홍을 겪은 바 있습니다.
만약 이번 주민투표에서 강남3구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받는 충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겁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생각조차 하기싫은 가능성이 오 시장의 고집 때문에 닥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홍준표 대표의 불편한 표정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강남지역 여론은 부인들의 점심모임에서 도는 이야기로 대충은 실감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오늘 강남지역 식당가에서 부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요?
강남 민심의 입장에서 이번 주민투표를 바라보는 것도 재밌는 관전포인트가 되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