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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로운 정책, 즉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이 필요한 시점이다. 균형은 단순히 강경과 유화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균형정책은 남북한 간 ''안보''와 ''교류협력'' 사이의 균형, 그리고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의미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에서 발행되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차기 대선후보로서 박 전 대표의 대북관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평가되는 이 기고문에서 박 전 대표는 ''균형정책''을 강조한다.
균형정책은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그리고 ''비핵개방3000''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퍼주기''라고 비판받는 햇볕정책과 ''강경일변도''라고 비판받는 비핵개방3000 사이에서 기계적인 중간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전 대표는 밝혔다.
그는 "단호한 입장이 요구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인 접근방법"이라고 균형정책을 설명했다.
균형정책과 함께 박 전 대표가 강조한 부분은 ''신뢰외교(Trust Politik)''다. 신뢰외교는 "국제적인 규범을 근거하여 남북한이 서로에서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는 지적했다.
또 신뢰외교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은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두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국제사회와 한국 사이의 지속적인 신뢰가 한국의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이라며 "북한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한국은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대북정책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중립지향적 대북정책에 자신의 트레이트 마크라 할 수 있는 ''신뢰''를 가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균형정책''과 ''중간적 입장''의 차이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한 측근은 "이번 기고문은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의 큰틀을 제시한 것"이라고 정의한 뒤 "기존 정책과의 차별화나 실현을 위한 방법론 등은 차츰 윤곽을 드러내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의 이번 기고와 관련해 차기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 분명한 그의 대북정책이 국내가 아닌 외국 학술지에 먼저 기고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