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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우려를 모두 씻어내고 런던올림픽을 향해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소집 때부터 극적인 순간의 연속이었다. 대망의 한일전에서 신예 김연주가 아무도 예상못한 역전 3점슛을 터뜨린 장면은 대표팀이 걸어왔던 길을 잘 보여주는 하일라이트와도 같았다.
지난 23일 일본 나가사키 오무라에서 펼쳐진 제24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대회 셋째날 일본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66-59로 제압했다. 한때 17점차 열세에 놓였지만 불굴의 투지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3쿼터 원맨쇼를 펼치는 등 26점을 쓸어담은 김단비, 골밑을 사수한 하은주와 신정자, 부상 투혼을 발휘한 최윤아 등 승리의 주역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는 벤치에서 코트로 투입되자마자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린 김연주였다. 김연주는 57-57 동점이던 종료 3분9초전 왼쪽 45도 지점에서 3점슛을 림에 꽂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연주의 출전 시간은 고작 2분50초.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다가 4쿼터 막판 찾아온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연주는 지난 2010-2011시즌 여자농구에서 3점 야투상을 수상할 정도로 외곽슛에 능하지만 코트에 서자마자 슛 감각을 찾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연주는 해냈다.
김연주는 당초 국가대표의 일원이 아니었다. 팔꿈치 부상 탓에 대표팀 합류가 늦어지던 부동의 에이스 변연하가 끝내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자 대타로 선발된 선수다. 심지어 소속팀인 신한은행에서도 붙박이 주전은 아니다. 평소 실력보다는 외모로 주목받을 때가 많은 선수다. 대표팀 발탁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일본을 침몰시킨 3점슛이 터지는 순간만큼은 해결사 능력이 남다른 변연하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대타로 투입됐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이해했고 또 수행해냈다.
김연주는 일본전이 끝난 뒤 "팀에 도움이 되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께서) 믿고 넣어주셨는데 그 순간에 슛을 넣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별한 지시 사항은 없었는데 나를 투입할 때 목적은 하나다. 그래서 잘 알고있다. 수비가 중요한 타이밍이라 박스아웃 등에 신경쓰려고 들어갔는데 언니들이 좋은 찬스를 내줘서 좋은 슛을 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BestNocut_R]
올해 대표팀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정선민, 박정은, 변연하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주역들이 대거 빠지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만큼 우려도 컸다. 4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일궈냈던 영웅들의 퇴장은 그 자리를 물려받은 젊은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김정은과 김단비가 대표팀의 쌍포로 활약하면서 언니들의 빈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지난 일본전에서는 변연하의 직접적인 대타 김연주까지 힘을 실어줬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극적인 반전 속에서 여자농구 대표팀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신호탄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