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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수비형 풀백 기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바로 측면 수비에 대한 고민이다.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 공백은 여전히 메우지 못했고 차두리(셀틱)의 잦은 부상도 큰 걱정이다. 그동안 홍철(성남)을 비롯해 김재성(포항) 등 공격적인 성향의 풀백들을 주로 시험해왔지만 7일 쿠웨이트전을 통해 약점이 드러났다.
조광래 감독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코칭스태프도 측면 수비를 걱정하고 있다. 보강을 위해 K리거들을 열심히 체크 중이다. 특히 후보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K리그에서 발굴해 대처하겠다"면서 "양쪽 측면에 전형적인 수비형 풀백 기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측면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쿠웨이트에게 측면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 후반 쿠웨이트에 내준 동점골도 스피드가 빠른 알 에네지를 측면에서 놓친 것이 발단이 됐다. 차두리의 갑작스러운 부상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최후방에서 수비를 지휘하는 골키퍼 정성룡(수원) 역시 측면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성룡은 "측면에서 공격으로 많이 나가다보니 기회를 많이 줬다"면서 "7번(에네지)이 굉장히 빨랐다. 크로스를 쉽게 내줬고 슈팅으로 연결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40도가 넘는, 그야말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승리를 따내지 못한 요인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유독 더운 지역이어서 선수들도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빠른 템포로 경기를 하다가 선수들의 체력 때문에 후반에 템포를 늦췄다. 그런 부분이 승리하지 못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고민거리도 생겼지만 지옥 같은 쿠웨이트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수확한 것은 나름대로의 성과다. 악몽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일단 승점은 챙겨왔다. 비겼지만 1승1무로 여전히 선두 자리는 지켰다. 무엇보다 남은 두 차례의 중동 원정(UAE, 레바논)에 대한 교훈도 얻었다.
조광래 감독은 "40도가 넘고, 운동장 사정도 형편 없어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선수들이 고비를 잘 넘겨줬다. 승점 1점은 최종예선으로 가는 길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포어체킹을 하면 중동팀들도 어려워 할 것이다. 홈에서 열리는 UAE전에는 더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성룡도 "승리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힘든 원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승점 1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월드컵 3차예선은 이제 시작됐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등이 하나가 돼야 한다. 앞으로 문제점을 하나씩 보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