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권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미국 청년들의 시위가 심상치 않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세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시를 넘어 동부의 보스턴과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위 열기는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도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등에서도 ''~를 점령하라'' 웹사이트가 개설되고, 각국에 연대 가두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학력은 높지만 9%에 달하는 실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던 불과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시작한 이 시위는 뉴욕경찰이 최루가스와 그물, 수갑 등을 동원해 거리 시위자들을 강제 진압하면서 격화됐다.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유튜브 사이트에 대거 게재되면서, 이들에 대한 동정론이 점차 확산된 것이다.
이번 시위는 중동의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가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이 시위는 지난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확산된 ''프랑스 5월혁명''을 상기시킨다. 처음에는 파리에서 당시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하는 학생봉기로 시작됐으나, 프랑스 전역의 학생과 노동자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드골 정부는 시위자들을 향해서 군사력을 동원했고, 의회를 해산했다. 이에 따라 5월 혁명은 외형상 실패로 끝났다.
5월 혁명은 그러나 세상을 강력하게 뒤흔들었다. 애국주의와 권위에 대한 복종 등의 보수적인 가치들을 대체하는 진보적인 이념이 사회의 주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이번 월스트리트 시위가 주창하는 가치와 변화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경제 위기 속에서 극심해진 빈부격차의 해소와 청년 실업의 해결이다. 여기에 탐욕과 부도덕으로 신뢰를 상실한 월가에 대한 분노와 개혁의 요구도 곁들여지고 있다.
결국 이 시위는 사회적 낙오자만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와 유권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각성에서 분출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시위는 참가자들이 다양해지면서 이슈가 교육, 의료, 사형제도 등으로 넓혀지고 있다.
물론 뚜렷하게 부각되는 지도자나 주도세력이 아직은 없고 따라서 시위의 생명력과 파급력이 그리 길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직은 진행 중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물신주의와 인간소외에 저항한 프랑스의 5월혁명이 세계사의 한 전환점이 됐듯이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도 신자유주의가 범람한 지구촌에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그늘 속에서 촛불 시위와 반값등록금 시위 등을 경험한 우리 사회가 미국의 시위를 눈여겨 봐야 할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