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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새삼 충격적인 소식이다. 더구나 하루 전 애플의 신제품 발표가 시장을 실망시키며 그의 공백이 더욱 도드라진 가운데, 이번엔 영원한 작별까지 고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미인박명인가? 잡스의 56년 인생은 짧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응축된 도전 자체였다.
그는 1955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리아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양가 부모의 반대로 1주일만에 입양됐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를 곧잘 빼먹는 문제아였고, 인문학으로 유명한 리드 대학교에 입학하긴 했지만 1학기만에 중퇴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대학에 머물며 서체수업에 열중하기도 했고, 고졸학력으로 어렵게 얻은 첫 직장에선 적응할만할 때쯤 갑자기 도(道)를 닦는다며 인도여행을 떠나는 등 기행을 일삼기도 했다. 단순한 기업가를 훨씬 뛰어넘는, 그 이상의 무엇을 추구하려는 필사적인 인생역정은 이런 괴짜 기질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는 1998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 밥 딜런과 피카소가 그랬다''''고 말했다.
잡스의 이름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린 애플 컴퓨터 창립(1976년) 이후에도 그의 삶은 안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 기업 IBM과의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우여곡절 끝에 1985년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듯 물러났지만 곧바로 넥스트를 창업했다. 넥스트는 이후 유명한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로 이름을 바꿔 디즈니사로 합병됐다.
[BestNocut_R]잡스는 넥스트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1997년 애플 CEO로 귀환했고 이때부터 15년 가량 세계 IT산업을 호령하는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 등으로 이어지는 스마트 혁명은 산업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충격파였다.
이 과정에서 때론 거침없는 독설을 날릴 만큼 과도한 승부욕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향해 ''''카피 캣''''(Copy Cat)이란 모욕적인 언사를 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매번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지칠 줄 모르는 창업과 도전의 정신은 경쟁자들마저도 탄복할 만큼 언제나 경의의 대상이었다.
''''계속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하연설은 그래서 울림이 더욱 크다.
췌장암 수술을 받고나서 이뤄진 이 연설에서 그는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으니 타인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방전된 배터리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경영일선을 지키려 했던 잡스에게도 어김없이 끝은 찾아왔다.
지난 8월24일 잡스는 ''''불행하게도 그날이 왔다''''는 다소 무미건조한 퇴임사를 남긴 뒤 두 달이 채 못돼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