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매매 여성을 사랑한 나머지 성노예 인신매매조직의 마수로부터 그녀를 구하려다 2년여 전 잔혹하게 살해당한 유태인 청년의 죽음이 호주언론의 집중 보도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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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시드니와 멜번의 합법적인 성매매업소들이 국제 성노예 인신매매 및 조직범죄와 연계돼 있다는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 지와 ABC TV 시사프로 ''포 코너스'' 제작진이 공동 취재를 벌여 지난 8일부터 집중 보도한 일련의 기사 및 방송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국제 인신매매 및 성노예 조직은 아시안 여성들을 꾀어 호주에 유학 오도록 돈을 빌려준 다음 호주에 와서는 성매매업소에서 성노예로 일해 돈을 갚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헤럴드 지는 시드니 시내에 있는 "한국여성 전문업소 나디라"가 불법 바이키갱단 코만체로 및 아시안 조직범죄단 고위 간부들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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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 ''캐시''를 사랑한 유태인 청년 에이브러험 파포(27.사진)에 관한 헤럴드지 기사는 지난 2009년 2월 "한국인과 중국인 여성을 전문으로 하는 멜번 성매매업소" 마담 레오나스 앞에서 벌어진 유혈극 현장에서 시작된다.
자정 직후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현장에는 거구의 중국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작은 쇠막대를 들고 앞유리가 깨진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 운전석에는 역시 옆 유리창도 깨진 채 머리 뒤쪽이 함몰되고 얼굴은 피범벅이 된 백인이 쓰러져 있었다.
이내 신원이 확인된 파포는 처음엔 머리를 들고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병원에서 숨졌고 중국인은 전과자인 더 쥔 쩡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에 체포됐다.
그후 연방경찰관 한 명이 이 사건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수사대에 연락해 오면서 자신을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 여성의 성노예 인신매매를 수사하는 특별전담반"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마담 레오나스 업소가 위치한 환락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파포의 집에 이른 아침 경찰이 소식을 전했다. 이날은 마침 거의 죽을병으로 입원했던 시계기술자 및 보석상 출신의 부친 마르코(67) 씨의 퇴원 예정일이어서 부인 디나(59) 씨와 세 아들 마크(37) 데이빗(35) 에이브러험이 학수고대하던 날이었다.
파포는 키 크고 내성적인 소년으로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지만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청년으로 자랐고 남 돕는 일을 매우 즐거워했으며 평소 군중통제원으로 일했다.
살해범 쩡은 파포가 업소에 들이닥쳐 욕을 하고 자기 얼굴을 때리고 리셉션 데스크에서 휴대폰 여러 대를 훔쳐갔으며 뒤쫓아가자 차에서 쇠막대(타이어 레버)를 들고 굥격하기에 이를 빼앗아 그를 수 차례 내리쳤다고 주장했다.
감식 보고서에 따르면 파포는 양팔의 조직손상에 아래팔이 부러지고 턱뼈가 부서졌으며 코뼈, 두개골, 갈비뼈 골절과 기도 압착, 그리고 통상 차량사고 때 발생하는 폐허탈을 수반하는 폐의 커다란 구멍(폐기흉) 등 모진 상해를 입었다.
그의 형 데이빗에 따르면 동생은 피살되기 몇 시간 전에 한 경찰서로 가서 그가 교제해온 캐시라는 20대 한국여성의 신변이 심히 걱정된다면서 그녀가 여권을 빼앗긴 상태로 위협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구했다. 그는 모친에게는 캐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데이빗 형에게는 더 솔직하게 캐시가 성매매여성으로 큰 곤경에 처해 있다고 털어놓았다.
데이빗은 동생이 죽은 후 경찰진술에서 동생이 사우스 멜번의 업소로 가기 전 자기에게 "캐시에게 전화를 했는데 울면서 ''고통속에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었다"면서 "캐시가 시드니로 옮겨졌으며 자기 뜻에 반해 일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혔다.
"동생은 그녀가 강간과 구타를 당하고 있다면서 그녀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캐시의 전화기를 한 남자가 받더니 그녀 가까이 얼씬거리면 토막을 낼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생은 사우스 멜번의 업소를 운영하는 아시안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캐시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
데이빗은 또 자기가 직접 캐시에게 전화를 했더니 브로큰 잉글리쉬로 자기가 "나쁜 사람들"과 함께 있고 상처를 입고 있으며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진술했다.
8개월이 지난 2009년 10월 경찰은 파포 씨 가족에게 아들의 죽음과 관련하여 아무도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 쩡에게 정당방위 변론이 가능하다는 것이 선임 수사관들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파포 씨 가족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에이브러험의 차 안과 그의 사후 체내에서 소량의 마약이 발견됐다. (데이빗은 동생이 이따금 파티용 마약을 복용했다고 말한다.)
파포 씨 집에서 에이브러함과 몇 달간 동거하면서 그의 방에서 종종 영어책을 공부하던 조용한 한국여성이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모친 디나(사진)씨는 "나에게는 캐시가 사랑스러운 여자였을 뿐이다. 옷차림도 그렇지 않았고 화장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돌아보면 그때도 에이브러험은 그녀를 돌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노예 인신매매조직과 쩡 등 조직원들에 대한 연방경찰의 수사와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이브러험의 죽음에 대한 검시관 심리가 지난 7월 간단한 "약식 심리"로 열릴 예정이었다.
약식심리는 증인 소환도 없고 쩡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인정되고 사건이 영원히 종결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약식심리가 있기 몇 개월 전 헤럴드 지는 인신매매 리서치를 하다가 파포 사건을 알게 되면서 ABC TV 팀과 공동취재를 시작했으며 쩡의 전과 기록과 연방경찰이 그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 등을 파포 씨 가족이 최근 선임한 저명한 인권변호사 줄리안 맥마흔 씨에게 전달했다.
약식심리 전날 맥마흔 씨는 제니퍼 코트 빅토리아주 검시관에게 편지를 써 파포의 극심한 부상이 쩡의 정당방위 주장과 일치하지 않고 고의적인 폭행치사에 부합된다며 심리의 즉각 연기와 새로운 수사를 요구했다.
그는 또 경찰이 결정적인 의문, 즉 파포가 여성 인신매매와 학대에 관련된 범죄조직에서 캐시가 탈출하는 것을 도우려고 하다가 살해당했는가 하는 의문에 답을 주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빅토리아 경찰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했고 그의 가족에게는 처음으로 캐시가 경찰기관에 의해 소재가 파악돼 당국을 돕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파포 씨 가족은 이제 아들의 죽음에 얽힌 불의가 해소되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아들의 죽음이 하나의 유산이 될 수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날밤 캐시를 돕지는 못했을지라도 그의 죽음이 다른 여성들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디나 씨는 최근 "우리 아들의 죽음은 우리나라의 숨겨진 수치, 즉 여성을 성노예로 인신매매하는 것 때문에 빚어졌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호주에서 일어나는가"라고 개탄하고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호주온라인뉴스/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