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개인 홈페이지에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며 민간 항공사의 현직 기장을 수사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김 모(45)씨는 단순한 북한 알기 차원의 행동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나타내는 등 벌써부터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 씨는 경찰이 자신이 항공기를 몰고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며 운항금지조치를 내린데 대해 말도 안되는 넌센스라며 강한 불쾌감마저 나타냈다.
18일 오전 경찰은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북한관련 서적 10여권과 이적 표현물이 담긴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북한을 찬양하는 문건과 동영상을 자신이 운영하는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 사이트에 올린 혐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CBS와의 통화에서 이런 경찰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김 씨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과학 관련 홈페이지는 10여년 전부터 운영해 왔지만 방문자수가 많지 않았고 하루에 열 명 정도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BestNocut_R]
김 씨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이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 등을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라고 올린게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을 올린 것이라는 게 김 씨 주장이다.
때로는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 등을 퍼다가 옮겨놓기도 했는데, 김 씨가 마지막으로 사이트에 글을 올린 것은 지난해 말쯤이다.
김 씨는 "당시 올린 글은 '조선의 딸들'이라는 시로 다른 사이트에서 보고 좋은 글인 것 같아 퍼왔다"면서 "정갈하고 순결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감동적으로 쓴 짤막한 시였을 뿐, 북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에 걸릴 정도의 심각한 활동을 한 적도 없고, 게시물이 수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대입장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유엔인권위에서도 악법이라며 폐지 권고를 했던 법"이라며 "정당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왜 억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항공기를 몰고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오히려 "화해의 시대가 오면 당당하게 방문할 수 있는데 처자식과 노부모들이 다 있는 이곳을 놔두고 왜 그런 '엄청나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월북을 하겠나"고 되물었다.
김 씨는 현재 일하는 항공사에서 가택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상태다.
한편 재보선을 앞둔 상태에서 김씨 사건이 불거지는 것이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을 두고 "국민들의 안보심리를 자극해 보수정권을 지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법"이라면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두고 "결국은 임기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이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