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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그룹의 9조원대 금융비리를 수사해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8개월에 걸친 ''마라톤''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저축은행 불법대출이라는 금융비리가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는 중심에 바로 박씨가 서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캐나다로 도피한) 박씨를 검찰이 못 데려오는 거냐, 안 데려오는 거냐?"라고 질책할 정도로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의 핵심이었다.

검찰 수사등을 통해서 알려진 박씨는 말 그대로 ''마당발''이지만 이른바 아파트 분양 인허가나 부동산 개발 관련 청탁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그렇고 그런'' 브로커는 아니었다.

다만, 박씨가 청탁 대가로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곧바로 건네는 ''단타급 선수''도 아니고 10조원대 자산을 보유한 부산저축은행이 전담 로비스트로 쓸 정도의 거물급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정관계와 금융권, 언론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 놓고 평소 이들에게 밥과 술을 사며 ''정보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인들조차 박씨를 수시로 만나 정보를 들을 정도로 박씨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정부 고위 관료는 물론이고 정치인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에 손수 나가 밥값과 술값을 대신 계산하기도 하고, 양주와 골프채 등 선물도 수시로 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검사는 "박씨는 평소에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다가 결정적일 때 부탁을 하고 약간의 인사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평소 밥과 술을 사면서 구축한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로비를 했고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이나 억대의 금품을 한꺼번에 건넨 것도 아니어서 뇌물수수의 핵심인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았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그러나 구속기소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만 유일하게 억대의 현금과 상품권, 골프채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59.구속기소)로부터 17억원을 로비자금으로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이 퇴출저지에 사활을 걸 때다.

박씨는 이 돈 가운데 2억원은 김양 부회장에게 돌려줬고 5억3,000만원은 따로 보관하다 검찰에 압수당했다.

1억3,000만원 정도의 금품은 김두우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

나머지 8억여원의 행방을 쫓았던 검찰은 이 돈의 용처를 제대로 찾아 내지 못했다.

이와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1년에 하루 백만원씩 쓰면 4억원"이라며 "휴가와 명절까지 감안하면 나머지 돈들도 그런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estNocut_R]

또한 "브로커가 로비자금으로 10억원 받았다해도 로비대상에게 한푼도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며 "평소에 깔아놨다가 새로운 로비자금으로 비용 보전을 받는 게 브로커"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십년간 정관계 인맥들을 관리한 박씨는 김양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15억원을 비용보전 차원에서 사용하거나 보관했다는 것.

박씨의 인맥관리와 정보공유 능력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사교클럽을 운영하는 사람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사회 인사들의 네트워킹을 해오면서 비용을 꾸준히 대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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