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근로기준법을 어기며 근로자들을 연장근로에 내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1시간으로 정해진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여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에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부터 10월14일까지 3주간 현대차·기아차·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 5개사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실태를 점검한 결과, 주당 평균 55시간(연 2400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전체 상용근로자(주당 평균 근로시간 41.7시간)보다 일주일에 무려 13시간 이상 근무하고, 외국의 동종업계(연 1500∼1600시간)와 비교해도 50%(연간 800시간 이상) 이상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 중 연장근로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는 휴일특근을 포함해 주당 총 근로시간이 46시간15분(전주공장 야간조)에서 64시간5분(전주공장 일부 주간조)이나 됐다. 전주공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장근로 상한선(12시간)을 무려 4시간5분이나 초과했다.
기아차는 54시간15분(광주공장 야간조)에서 56시간30분(화성공장 주간조) 근무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야간조,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하루 10시간을 근무하고, 휴일특근은 생산물량에 따라 노사가 합의해 토요일 최대 8시간 실시하고 있다.
한국GM은 56시간20분(군산·창원공장)에서 58시간20분(부평·보령공장), 르노삼성차는 51시간20분(주간조)에서 56시간20분(야간조), 쌍용차는 40시간(평택공장)에서 56시간20분(창원공장)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 늘상 연장근로가 이뤄지면서 5개 업체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못하게 규정했지만, 업체들은 조기 출근과 식사시간 30분 단축, 야간조 조기 투입, 주2회 휴일특근 등의 방법으로 이를 어긴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자동차업계의 연장근로 관행이 주야 2교대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야2교대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주간조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일하는 야간조가 맞교대하는 것으로, 주간2교대제 또는 주간3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는 외국의 완성차업계와 비교하면 지극히 후진적인 근로방식이다. 특히 밤샘근무는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훼손할뿐만 아니라 생산성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원 증가 없이 생산량을 높이려는 사측과 수입을 올리려는 근로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근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각 업체에 연장근로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앞으로 실태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추가 적발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또 교대제 전환 지원금을 올리는 등 지원방안도 확대할 방침이다.
광주일보 박정욱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