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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에 대한 국무총리실 강제조정안에 반발하고 있는 경찰의 '투 트랙 전략'이 일선 경찰관과 수뇌부 사이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에 적극적이지만 수뇌부는 입법예고 중인 총리실 조정안에 경찰 측 요구를 반영하는 방안부터 고심하고 있다.
먼저, 일선 경찰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10만 경찰의 표를 강조하면서 형소법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철야토론과 수갑 반납은 물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홈페이지를 찾아가 글을 올리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반면, 경찰 수뇌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경찰의 요구를 반영해 조정안을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입법예고 기간 중 학계와 관련기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총리실 조정안이 형소법 입법 취지에 맞게 개정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다만 이런 절차가 잘 안되면 국회 논의를 통해 형소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발언을 한 정도가 일선 경찰관들과 궤를 같이 할 뿐이다.
문제는 조정안 수정과 형소법 개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입법예고 기간인 20일 뒤인 다음달 14일까지 경찰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실상 총리실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형소법 개정도 새 개정안 발의나 계류 중인 안을 통과시키기에는 정기국회 기간인 다음달 9일까지 촉박하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일선 경찰관들과 속 타는 수뇌부의 방점이 다르다보니,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혼란스런 분위기다.
충북 청원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밤샘 토론을 한데 이어 이제는 경찰이 공식적으로 일선 경찰관들에게 판을 깔아주고 있는 것이다.[BestNocut_R]
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는 강남권 형사 100여명이 모여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을 갖는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라며 각 지방경찰청에 지시한데 따른 것으로 공식 채널을 통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만을 토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 국회에서 열리는 검경의 공개 맞장토론에는 세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표정 관리'를 하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기고 있는 검찰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수뇌부가 배수진을 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총경 이상 경찰 지휘부는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