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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지도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유훈통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일성 주석에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위대한 김정일동지는 영생하신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관련 머리기사에 ''위대한 김정일동지는 영생하신다''라는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실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평생 사회주의조국의 강성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불철주야 정력적으로 활동하시던 민족의 어버이를 잃은 조선인민의 슬픔은 하늘땅에 차넘치고 있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현명한 령도 따라 나아가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혁명적 진군을 가로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언급하면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김정일 유훈통치가 시작됐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김정일 동지가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한다''는 의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방침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유훈통치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시에 나타난 통치방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후 곧바로 국가주석이 되지 않고 유훈통치를 선포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영구 주석으로 추대하는 안을 발표해 주석직에오르지 않고 국방위원장으로서 북한을 통치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사실을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유훈통치''를 선포한 것도 당분간 김정은 국방위 부위원장이 통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의 받드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다지는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문에 "김정일동지의 심장은 비록 고동을 멈추었으나 거룩한 존엄과 자애로운 영상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되여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김 주석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당분간 후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받드는 ''유훈 통치''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BestNocut_R]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훈통치를 3년 탈상을 마친 1997년 7월에 끝낸 뒤 최고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해 남북관계를 급진전 시켰고 역사적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통치를 통해 시간을 벌고 지도력을 발휘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년간의 후계자 기간 동안 당 정 군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던 것과는 달리 김정은은 아직 후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유훈통치''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