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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우리의 십자가… 쫄지말고 차라리 우울하자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 고(故) 김근태 선생


한 평생 민주화에 헌신한 김근태 선생이 운명을 달리 했다. 정치인이니 고문, 의장 어쩌고 하는 당직이 있었고 장관도 역임했으니 전직 장관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떼어버리자. 김구 선생, 조봉암 선생, 장준하 선생, 장일순 선생... 이제 그 반열에 그를 올려놓아야겠다.

60년대에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고, 머리 좋고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었으니 대단한 CEO가 되고도 남았을 것을 참 바보같이 살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러면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대학생 때부터 수사기관에 쫓기고 붙잡혀 고문당하고 투옥되는 통에 어둠 속에서 젊음을 보냈다.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며 자유롭게 햇볕을 쬘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린 세월이 20년. 그러고도 몇 년을 더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계에 진출했다.

구치소 감방에서 변호인 접견실까지, 뚜벅뚜벅 걸어 3분이면 되는 거리를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온갖 고문과 폭행으로 몸이 온통 찢겨 접견실까지 기어 나온 것이다. 그렇게 고문을 당하면서 시계도 없는데 고문당한 날짜, 고문시각과 시간, 고문담당자 이름, 고문방법 등을 어떻게든 기억하고 새겨두었다 폭로하는 방식으로 싸웠다. 경찰에 쫓기면서도 싸우고 고문당하면서도 싸운 이름 그대로 민주화 투사였다.

정치인으로 승승장구 못한 이유도 그런 맥락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 동교동계를 해체하고 계파정치를 추방하자고 외치면 어쩌자는 건가. 노무현 정권 때는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토론해 보자''''며 덤벼들었다. 그러니 출세를 못하지. 지난 여름에는 주위 사람들 부축을 받아야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힘든 몸인데도 희망버스에 올라 부산 한진중공업을 다녀왔다. 민주주의를 위한 야권통합을 호소하다 떠났다.

정의로운 사회는 늘 갈망이다. 갈망을 현실로 바꾸는 길목에는 언제나 십자가가 등장한다. 다른 이를 위해 앞장 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걸리운다. 모두가 나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때까지 정의로 가는 길목에는 늘 크고 작은 십자가가 세워져 너와 나, 우리를 핍박할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내 영혼이 쫄지 않는데.

◇ 푸어 & 등골 브레이커

2011년에는 유난히 가난과 관련된 말들이 사회에 번져 나갔다.

△워킹 푸어, 직업을 갖고 죽어라 일해도 가난한 사람들. △결혼 한 번 하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등이 휘는 ''''허니문 푸어'''', △집 한 채 겨우 장만한 죄로 이자 갚느라 가난뱅이가 된 ''''하우스 푸어'''', △고생해 번 돈을 내 집도 아닌 월세로 내놓는 ''''렌트 푸어'''' 또는 ''''하우스리스 푸어'''' 등. △베이비 푸어도 있다. 애 낳아 키우다 보면 넉넉할 수가 없는 우리의 현실로 인해 생긴 신조어다. 취업이 어려우니 직업을 늦게 갖고 그러니 결혼도 늦고 2세를 낳아 나이 들도록 키우려면 정말 등골 휜다. 나이 든 부모 모시느라 힘든 가정은 △올드 푸어, △롱 라이프 푸어...

공통점은 이러다 병이 나거나 직업을 잃으면 곧장 그저 서민이 아닌 빈곤층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예 생계 잇는 것이 어려운 빈곤층은 △리빙 푸어이다.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집 장만하는 건 인생에서 당연히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다. 그런데 그 필수과정마다 자칫하면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위험 충만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등골 브레이커''란 신조어도 유행했다. 보육비, 교육비, 등록금, 결혼, 집장만, 스펙 쌓기... 모두 부모 등골이나 자기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등골 브레이커다.

그걸 계급적으로 구분한 것이 중고생들이 입고 다니는 계급별 겨울점퍼 - 흔히 △''노스페이스 계급''이라 부른다. 25만 원짜리 점퍼부터 별명은 찌질이급 - 일반 - 중상위급 - 양아치급 - 날라리급 - 대장급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양아치급''이 50만 원 정도 하는데 등골 브레이커는 여기부터 시작이라고 한다(찌질이도 비싼데). ''날라리급''도 60만 원 정도 하는데 등골 브레이커이고 ''대장급'' 점퍼는 70만 원 대인데 여기서부터는 등골 브레이커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정도 사 줄 가정이면 옷 한 벌에 등골이 휠 집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마땅한 것이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것은 일자리가 어떻게든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력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일자리 없는 성장'''' 때문에 고용은 불안하기만 하다. 인턴만 뽑으려 하고 비정규직으로 낮추려 한다.

조선업, 금융업, 통신산업이 구조조정기를 지나고 있다. 빚은 늘어나는데 정부 눈치 보느라 구조조정을 늦춘 공기업도 채용이 아니라 정리해고를 시작해야 한다. 이럴 때 1차 농수축산업, 2차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튼튼하면 좋으련만 수출 위주 경제로 끌고 가다보니 인프라는 허약하기만 하다. 경기침체에 이어 회복이 시작되어도 고용 악화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를 ''휴먼 리세션''(Human Recession)이라 부른다.

''가면 우울증''이란 말도 유행했다. 우울한 사회 현실이지만 우울과 불만을 내보이면 더 위험해진다. 우울증이 드러나면 스펙도 소용없고 낙오할 수 있어 숨겨야 한다. 대중 속에서 명랑을 가장하다 자기의 공간에서는 급 우울해 진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은 식욕부진, 가슴 두근거림, 만성 피로, 도박, 과잉행동, 가성치매 등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쫄지 말고 우울하자, 우울한 걸 어쩌란 말인가. 아르헨티나의 시인 휴안 겔만의 ''한 실업자의 기도''라는 시이다.

<아버지, 내려="" 오소서=""> -휴안 겔만

아버지,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용서하소서.
내 선조들이 가르쳐준 대로
기도드림을 용서하소서.
지금 일이 없어 놀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
씻고 털고 하는 것이나 할 수 있을 뿐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은 고작 그것뿐.
눈이 빠지게 무엇인가를 기다리면서 애절하게
당신께 기도하고 간구하면서
고작 입 속으로 불평을 웅얼거릴 뿐인 사람들.

살아계신다면, 하늘에서 내려오소서.
내려오소서, 아버지.
이 좁고 외진 구석에서 저는 굶주려 죽어갑니다.
왜 태어나야 했는지도 모르는 채
일거리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부어오른 손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내려오셔서 잠시만이라도 보아주소서.
걸레쪽 같은 내 신발
텅 빈 위장의 이 쓰라림
내 입에 빵조각 하나 던져주는 이 없는
이 살찐 도시

열병은 내 살을 저미고
찬비를 맞으며 잠들고,
추위마저 나를 박해하고 괴롭힙니다.
왜 이 지경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사오니,
아버지,
내려오셔서 내 영혼을 어루만지소서.
내 마음속을 보아주소서.
나는 도둑놈도 암살자도 아닙니다.
나는 어린아이 같을 뿐.
그런데도 그들은 툭하면 나를 두들겨 팹니다.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내려오세요. 만약에 살아 계시다면.
자포자기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분노는 쌓이고 쌓여
이제 싸울 준비를 갖춥니다.
목구멍이 피로 가득할 때까지 울부짖습니다.
더 이상 못 참습니다.
나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니까요.
내려오십시오.
당신이 만드신 나를 위해
무언가 해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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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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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떠나라2021-10-15 05:39:26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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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실체 들어났다
    김만배 화천 대장동팀들에게 이재명 거론
    3,4년 걸릴것이다
    대장동 잘지켜달라 라는 말을했다는
    근거가 나왔다
    김만배가 기사출신이라
    거짓말을 밥먹듯 이리저리 뒤집는다는 남욱 변호사의 말이다
    국민들은 거의가 다 알고있다
    재명이가 그분이라라는것을~~

    부동산 위기는 이재명 믄재인이 만든것이다

  • NAVER소사자2021-10-15 04:06:40신고

    추천0비추천1

    토건세력당국힘당 양심도없는자들 너거들이 해쳐먹은놈들 소위 언론과 합작하여 프레임 쒸우는 악한집단 없어져야할당 아무증거없이 정의로운 이재명을 청렴결백한 이재명을 아파트가격 내리고 부동산가격내리고 민영개발못하게하여 너거들 돈벌구멍 막으니 난리치는구나 너거들 뇌물먹는길 막으니 국민은 다안다 너희들의 사악함을 어쩌면 하나같이 똑같냐 사악한 국힘당아 국민을 호도하지말거라 토건비리당아

  • NAVER고마쎄리삐까2021-10-14 23:41:26신고

    추천1비추천1

    부산 엘시티 100%민간이 개발수익가져감
    부산시에세 시민혈세 1000억으로
    엘시티 주변 도로정비 해줌
    부산시는 엘시티사업으로 1000억원손해
    대장동사건하고 비교했을때 누가 더 나쁜놈이냐?
    이 더러븐 야당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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