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문제의 돈봉투는 2008년 당시 당 대표에 당선된 박희태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의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11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1시쯤 귀가한 고 의원은 검찰청사를 떠나면서 “2008년 전당대회 때 일이 맞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들어 3차례 전당대회를 열고 2008년 박희태, 2010년 안상수, 2011년 홍준표 대표를 각각 당선시킨 바 있다.
고 의원은 “진술조서가 67쪽에 달할 정도로 이 사건과 관련된 사실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했다”며 “이번 일이 후진적 정치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 바라고 금명간 국회에서 관련한 말씀을 드리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앞서 고 의원은 “18대 국회 들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보냈다. 돈을 보낸 사람은 당 대표가 됐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대표의 돈봉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놔 박 의장과 안 의원 등 두 전직 대표에 의혹이 쏠려 있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고 의원을 상대로 누가 돈봉투를 전달했는지, 다른 전당대회에는 유사 사례가 없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고 의원은 전날 오후 1시51분 검찰 청사에 도착해 “검찰에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 이번 일이 한국정치가 깨끗한 정치, 신뢰받는 정치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폭로 당사자인 고 의원의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번 조사 내용을 토대로 돈봉투를 건넨 박 의장 측의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2008년 전당대회 외에 다른 한나라당 전당대회나, 열린우리당 등 구 여권의 전당대회 등에서의 금품 살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이들 의혹과 관련해 수사의뢰나 고발이 있을 경우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회의 참석차 방일 중인 박 의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거야 말할 것도 없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