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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정화(36) 씨는 설을 앞두고 강남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쇠고기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씨는 "한우값이 많이 내렸다는데 백화점이라선지 오히려 더 비싼 것 같다"며 "설인데 내려갈 기미가 하나도 안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우값이 폭락해 농가가 시름에 빠졌는데도 실제 쇠고기값은 그대로다.
그 이유는 유통구조, 특히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폭리를 취하는 유통구조 때문으로 확인됐다.
산지 한우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들이 오히려 쇠고기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난 것. 특히 쇠고기값이 가장 비싼 곳은 롯데백화점으로 정육점 평균값의 2배에 육박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로 한우 도매가격과 전국의 육류 유통점과 음식점의 소비자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한우고기 도매가격의 큰 폭 하락에도 백화점 등은 오히려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 롯데백화점, 정육점의 2배 비싸특히 평균 소비자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로 나타났다.
백화점 가운데 1++등급, 1+등급, 1등급 등 상위 3개 등급의 평균 소비자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롯데백화점이었다.
롯데백화점의 소비자가격은 한우고기 100g당 11058원으로 가장 비싸 정육점 5661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쌌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백회점 10058원, 현대백화점 9657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할인점에서는 홈플러스가 가장 비쌌다.
홈플러스는 한우고기 100g당 9167원, 롯데마트 7923원, E마트 6971원, 하나로마트 6885원으로, 홈플러스가 하나로클럽에 비해 2282원 비쌌다.
더구나 대기업 계열인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SSM의 경우 최상급 한우의 가격을 각각 0.9%, 12%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0월과 2012년 1월 판매가격을 비교해 보면, 백화점의 경우 1++등급은 0.9%, 1+등급은 3.4% 상승했고 SSM의 경우 1++등급이 12%나 상승된 것으로 조사됐다.
◈ 백화점, 대형 할인점 유통수익 해마다 늘어
특히 한우고기 유통수익은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늘어난 유통수익은 대부분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의 이윤으로 귀결됐다고 소비자연맹은 설명했다.[BestNocut_R]
도매유통 단계의 이윤이 3.8%인데 소매 수익은 무려 10배 넘는 38.5%에 달해 쇠고기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값이 600만원일 경우, 도매의 경우 10% 내외로 유통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나머지 90% 정도는 소매 유통비용에 해당된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유통과정에 가공 비용 등이 들어가는데 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등급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한우고기에 대한 육질 등급판정은 도축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동일 등급이면 백화점이든 정육점이든 품질의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은 각 판매점별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