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2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법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 12명 가운데 10번째 피의자까지 이날 연이어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12전 10패를 이날 기록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금융권력 눈치보기다. 봐주기 판결이 도를 넘었다”면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들이 ELW(주식워런트증권)를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하루 전에는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벌금 3000만원형 선고를 두고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 공안부장은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 “편향적이고 상식에 반하는 판결” 등의 험악한 표현을 동원했다.
검찰이 연이틀 언론을 향해 법원에 공개적 망신을 준 셈이다. 비공개적인 법원 비하는 앞서 더 많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한명숙 현 민주통합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가 무죄 선고됐을 때 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표적 수사’했다지만, 실제로는 봐주기 ‘표적 판결’이 이뤄진 것 아니냐”고 반발한 바 있다.
밤잠 설쳐가며 수사했을 검사들의 상실감이 표출된 사례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검찰이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역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당한 항소 절차를 놔두고 쓸데없는 ‘언론 플레이’로 신경전이나 벌이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BestNocut_R]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씨 재판에서는 주요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고 감형도 됐는데 검찰이 불평은커녕 상고를 포기했다”며 “최근 검찰이야말로 ‘봐주기 공소유지’, ‘편향적이고 상식에 반하는 불평’이나 일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한 변호사는 “형사 사건에서 검찰은 한쪽 당사자일 뿐, 판단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권한”이라며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증거를 갖춰 항소해야지, 언론에 대고 ‘우리 편 들어달라’는 소리나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트위터에 “검찰은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하면 그만. 기자회견으로 법원 판결 비난하는 것은 어디서 나온 못된 버릇?”이라며 “외국에선 법정모욕죄 적용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