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그가 5년 전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간 이유는 자신의 교수 재임용 탈락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까닭이다. 사법부가 일방적으로 학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조리한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국민저항권 차원의 정당방위''를 행사한 것이라고, 김 전 교수는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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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판부는 어떤 근거에서 그의 손을 들어주지 못했던 것일까?
석궁 사건 피해자인 박홍우 현 의정부지방법원장이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을 당시 판단 기준은 김명호 전 교수의 연구실적과 교원으로서의 자질이었다. 대학 측이 규정한 재임용 기준이 ''전(前) 임용기간 중의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기준 즉 연구실적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충분한 연구실적을 거두어 연구실적 및 전문 영역의 학회 활동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의 재임용기준에 부합한다"고 명쾌하게 판단했다.
문제는 교원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두 번째 기준. 재판부는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라는 기준에는 현저하게 미달된다 할 것이어서, 이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위 재임용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판결문은 그 판단의 근거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1994년 2학기에 자신의 과목이 폐강 위기를 맞자 학생들에게 ''수강 신청만 해놓으면 B학점은 보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전혀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게 A+ 학점을 주기도 했다.
잇따른 막말 파문도 문제가 됐다. 공개 석상에서 원로교수에게 ''당신 전공은 학과를 위해 별로 필요가 없다''고 했고, 수업 중 ''전철에서 노약자나 애기와 동행한 엄마에게 절대로 자리를 양보하지 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시위 소리가 들리자 ''저런 새끼들이 학생이냐'', ''저런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리고 싶다''고 말하고, ''학과장이 되면 모든 서클과 학생회를 없애 버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자신이 속한 대학 대학원과 동료 교수들을 폄하하는 발언도 일삼았고, 학생들에 대한 욕설도 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수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대거 백지 시험지를 제출한 일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재임용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피고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학문연구능력 및 실적영역에서 A등급의 평정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명호 전 교수는 자신이 성균관대 본고사 문제의 오류를 지적해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친절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대학별 입학고사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부교수 승진 탈락 및 이 사건 재임용 거부결정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면서도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정당한 원칙을 주장하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을 할 것이면, 스스로 자신이 대학교원으로서 지녀야 할 다른 덕목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BestNocut_R]
한편 김 전 교수는 이와 같은 판결 내용을 접한 직후인 2007년 1월 15일 박홍우 판사의 집을 찾아가 박 판사에게 석궁을 쏜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1월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