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Why뉴스''는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검찰이 민주통합당 부천원미갑 김경협 예비후보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압수수색과 함께 공개수사에 나선지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 왔던 모습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매우 빠르게 수사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3일)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민주 돈 봉투 수사'' 서둘러 손 털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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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중단을 이렇게 일찍 선언하는 것이 이례적인 것 아니냐?= 그렇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쉽게 손을 터는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김경협 예비후보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지 이틀 만에 백기를 들고 수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특기할만한 사건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진술을 토대로 판단할 때 더 진행할 가치가 없다"며 물러섰다.
검찰은 김 후보와 봉투를 받은 사람, 당시 여러 정황을 조사한 결과 나눠준 봉투가 출판기념회 초대장이란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공개수사 이틀 만에 수사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뭐냐?= 상식적으로 검찰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범죄혐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압수수색을 해보니 김경협 예비후보의 주장이나 진술을 뒤집을 증거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범죄혐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 1일 "당시 돌린 것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이라며 "검찰이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살포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해 민주통합당을 얽어매는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김경협 후보의 주장에 대해 "수사를 수사로 바라봐야지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의심 살만한 행동을 한 김 씨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김 씨의 출판기념회 사실을 알고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의심 정황이 충분한 만큼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수사 의지를 강조했고 다른 검찰 관계자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만큼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호언장담하던 검찰이 이틀 만에 스스로 백기를 든 것이다.
검찰이 수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더 이상 수사를 계속하더라도 추가 증거가 나오거나 범죄를 입증할 단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의 주장과 수수자로 지목된 김희갑 민주당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에 대한 조사 결과와 압수물 분석 등을 종합할 때,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배포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범죄혐의가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수사하는 게 검찰의 관행 아니었나?= 사실 그랬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검찰이 보여준 수사관행은 ''먼지 털기'' 내지는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의 무리한 방식이었다.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당하고도 세 번째 영장을 청구해 기어이 구속을 시킨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먼지털기식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이기도 하다.
반면에 청와대나 여권인사가 관련된 수사는 미적거리거나 타이밍을 늦춰서 증거인멸을 하도록 방조하는 그런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대표적인 봐주기 수사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이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수사였다.
이귀남 전 법무장관도 국회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을 시인한 적도 있다.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하거나 봐주기 수사를 하던 검찰이 조기에 수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검찰수사가 성급하거나 무리했다는 걸 인정한 것 아니냐?= 그렇다. 검찰이 언론보도와 CCTV만을 근거로 성급하게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검찰은 먼저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행사가 열렸던 서울교육문화회관 CCTV를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압수수색해 분석한 결과 김경협 예비후보가 돈 봉투를 돌리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장면을 포착하고 지난달 31일 김 씨의 선거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이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며 공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로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당대표 경선 ''돈 봉투'' 수사에 부담을 느끼던 상황에서 김경협 후보의 돈 봉투 살포의혹 수사는 구색을 맞추는 호재였던 만큼 성급하게 공개수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검찰은 ''내사종결''이라고 발표했지만 내사가 아니라 ''수사종결''이 되는 것이고 ''항복 선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검찰이 칼을 잘못 썼음을 시인한 것이며 ''부러진 화살''이 아니라 ''부러진 칼''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야당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는데?= 검찰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를 조기에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수사를 계속해도 나올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수사를 계속할 수록 민주통합당과 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일찍 중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압력 때문에 수사를 조기중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총선에서 야당이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그 점을 감안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관계자도 "신속한 (내사종결) 결정으로 검찰과 민주당의 불필요한 대립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권초기 검찰과는 다른 모습이다. 야당측 인사가 관련된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밑바닥까지 샅샅히 뒤지면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빨리 손을 털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 그렇다. 검찰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에 손을 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건이 되지도 않는 것을 마냥 밀어붙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검찰로서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의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여당으로부터 "여당만 수사"한다는 그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도 돈 봉투가 오고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신속하게 수사에 들어갔는데 그 수사가 ''꽝''났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에서 ''구색맞추기식 수사''라거나 "한나라당 쪽과의 기계적 형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사건을 공개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그만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례가 사건이 성립될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는 것을 검찰이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례적이며 ''매우 용기 있는 일''이라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사건이 안 되는 걸 그만 뒀는데 그걸 ''용기 있는 일''로 평가한다는 거냐?= 검찰수사에서 항상 문제가 됐던 것은 이번 경우처럼 조속하게 수사중단을 하지 않고 범죄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먼지털기식'' 또는 ''마른수건 쥐어짜는 식''의 강압적인 수사였다.
그런데 검찰이 공개수사인 김경협 예비후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지 이틀 만에 수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용기 있고 결단력 있는 일로 평가해도 될 일이라고 본다.
검찰내부에서도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이 있지만 ''수사를 조기에 중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중견간부는 "수사 중단을 선언한다는 것은 수사검사나 부장, 차장, 검사장 등 수사라인에 있는 검사들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로 쉽게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일찍 수사중단을 선언한 점은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언론에 대서특필된 상태에서 수사를 그만두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 검찰이 공기업 관련 비리수사를 하면서 ''먼지털기식''수사를 해서 논란이 됐다.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해서 기각당하고도 수사를 계속하는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빠르게 잘못된 수사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 당대표 경선의 모든 ''금품살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화장실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것과 ''제3자가 금품을 살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번처럼 수사를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수사라는 것이 착수했다고 100% 성공한다면 ''수사통''이라는 그런 별칭은 필요 없지 않겠나?
통상 대검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친 검사들 중 수사능력이 뛰어난 검사들에게 ''특수수사통''이라거나 또는 공안검사들에게 ''공안통'' 이런 별칭이 있다.
이런 검사들도 수사에 착수했다가 불발로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특수수사통''으로 불리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가 수사를 중단한 사례가 엄청 많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처럼 수사에 나선지 이틀 만에 공개적으로 수사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런 사례가 정착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더라도 공개가 되지 않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 사례는 정치적인 사건이고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의 돈 봉투 수사''에 구색을 맞추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에 공개수사가 된 것이다.[BestNocut_R]
검찰의 기본적인 책무는 ''범죄를 척결''하는 일이다. 어떤 사건이던지 범죄혐의가 나오면 수사에 나서야 하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인 것이다.
따라서 수사에 나선 자체를 비난하거나 비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범죄혐의가 있는데도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검찰을 비난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물론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수사에 나서거나 편파적으로 청와대나 여당에 수사는 소홀히 하면서 야당인사들에게는 가혹하게 수사하는 그런 점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수사에 착수하는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범죄 척결을 위해 수사에 나서는 것은 앞으로도 검찰이 계속할 일이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어떤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해서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그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과감하게 수사를 중단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