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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과 대학…''대학 비슷한, 교수 비슷한''

기자수첩

    정치권력과 대학…''대학 비슷한, 교수 비슷한''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개화기인 1906년 불교계의 17개 주요 사찰은 힘을 모아 명진학교를 설립했다. 만해 한용운 등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한 불교계 우국지사 상당수가 이 명진학교 출신이다. 그 때문에 명진학교는 일제에 의해 2번이나 강제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6.25 전쟁 직후인 1952년 조계종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재산을 털어 대학에 투자해 종합대학교를 설립했다. 그것이 오늘에 동국대학교이다. 고려대, 연세대와 함께 이 나라 3대 사학으로 꼽던 민족 대학이다.

    ◇봉은사가 코엑스와 함께 하는 까닭?

    1970년에 동국대의 설립자인 조계종은 정부(상공부)와 서울시로부터 땅을 바꾸자는 제안을 받는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강남 삼성동 땅을 내주면 남산의 좋은 땅으로 바꿔 준다는 제안이었다.

    강남 삼성동은 경기도 삼성리였다가 1963년에 서울로 편입된 당시로서는 허허 벌판이고 숲이었다. 봉은사, 무동도, 닥점 세 마을을 합쳤다 해서 삼성리가 된 곳이다.

    이 허름한 땅을 정부와 서울시에 넘겨주면 남산 풍치 좋은 땅을 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를 받아들여 조계종은 강남 봉은사 앞 땅 11만 7천 평을 정부에 헐값에 매각하고 그 대가로 시내 알짜배기(?) 땅인 장충동 일대 땅 1만2천 평과 당시 남산에 있던 공무원교육원 건물을 사들이는 걸로 결정해 계약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부는 대대적인 강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사기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코엑스, 아셈빌딩, 인터콘티넨탈 호텔, 강남 공항터미널, 한국전력 등이 들어선 땅덩어리가 졸지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지금 가치로 치면 15조에서 2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재산이다. 그 후 조계종은 이 사건으로 심각한 내부 분규를 겪었다. 그리고 동국대는 제2 캠퍼스를 어쩔 수 없이 멀리 경북 경주에 세우며 도약의 기회를 잃고 만다. 삼성동 20만 평에 이르던 불교계 재산은 지금 이리 저리해 2만 평 정도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1970년대 부터는 불교재산관리법을 비롯해서 자연공원법 등 각종 법령이 만들어지면서 불교계 재산은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관광지로 개발되고 불교계에 큰 파문과 상처를 가져 오기도 했다.

    ◇대학 비슷한, 교수 비슷한, 대학생 비슷한…

    오늘 날 대학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리 위주의 경영에 골몰해 왔다. 정치권에 기대서 대학 덩치 키우기에 연연해 왔다. ''당장 급한 데 뭘 어쩌겠어''라며 급한 불을 끄려다 보니 결국 대학 전체의 위기가 들이 닥치고 말았다.

    아마 이 과정은 언론과 흡사할 것이다. 자기 언론사 덩치 키우고 살아남겠다고 잔꾀 부리며 정파와 야합해 엉뚱한 짓을 벌이다가 모두가 국민에게서 버림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 오늘의 언론 상황 아니던가. 국가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며 정부와 정권을 야단쳐야 할 언론이 개발 이데올로기와 상업적 수익에만 골몰하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학도 한국 교육의 개혁은 이렇게 이뤄져야 하고 정부는 이래야 한다고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할 존재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교육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쩔쩔 매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념으로는 보수화 되고 기득권 챙기다 보니 총장 자리 놓고 편을 갈라 싸움을 계속한다.

    그동안 정치권과 대학이 밀착돼 벌어진 사학파동들은 열거하기 벅찰 만큼 많다. 대학으로서의 이념이나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 세워진 대학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 교육은 양적으로만 크고 질적으로는 뒤떨어져 이 대학이나 저 대학이나 다 똑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학 교육이 아닌 사학 먹여 살리기 구조가 굳어지고 개혁할 생각도 못해 왔다. 그래서 학생들의 대학만족도도 낮고 기업의 대학만족도도 낮다.

    학부모들은 10년 넘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산을 털어서 아이들을 대학에 간신히 밀어 넣고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다. 이 부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복지국가도 불가능하다. 대학에 헛되이 쏟아 붓는 사회의 투자를 대학 가지 않아도 당당한 사회인이 되도록 키우는 다른 교육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10년 전 대학의 문제를 고민하는 어떤 세미나에서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대학 비슷한 곳에서 교수 비슷한 사람들이 학생 비슷한 애들을 가르치고 연구 비슷한 걸 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 자신만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 세계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와 실현 방법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존재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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