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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능 영어시험을 대신하게 될 국가영어능력시험에 대해 문제 난이도와 평가 방법 등을 제시하지 않아 사교육 열풍이 일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수험생들은 영어 수능을 보지 않고 국가가 인증하는 영어능력시험(니트)으로 대신하게 된다.
듣기와 읽기 외에 기존 수능 영어에는 없던 말하기와 쓰기가 추가되고 점수가 아닌 영역별로 4개 등급(A·B·C·F)이 매겨진다.
정부는 수능 영어를 영어능력시험으로 대체하면 영어 사교육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과의 영어 소통 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영어능력시험 사교육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취재진이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7곳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6군데에서 니트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은 올 여름방학때부터 니트 수강 신청을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
니트를 위해 학원가로 몰리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까지 2016학년도부터 시험을 실시한다는 사실 빼고 니트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러다보니 불안감을 느낀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아이들은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미리 니트 준비를 하지 않으면 A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학원들의 상술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니트 특강을 해온 대치동 A학원 관계자는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으려먼 원어민 수준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B등급은 4년제 상위권 학생들 수준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B학원 관계자도 "이미 2~3년 전부터 니트 과정을 전문적으로 준비해 온 학생들이 많고,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준비를 해야 만족스러운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이러다보니 C영어 전문학원의 경우 니트 상담 문의전화가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하루 20회 차례나 걸려오고 있다. 이 학원에서는 곧 니트전문 수업 교재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수업만 충실히 받는다면 A 등급은 쉽게 받을 수 있다며 학원 관계자들과는 정반대의 얘기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니트는 학교 영어 교육만으로도 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할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이 절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착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충분히 A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BestNocut_R]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헷갈리지만 대체로 학원의 말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학원비나 과외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중학생 아이를 둘을 키우고 있는 김서연(39)씨는 최근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니트 수강 상담을 받았다.
김씨는 "방학 때 특강으로 한차례 수업을 받아봤는데 학원을 안다니면 말하기와 쓰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며 "니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이고 강제적인 시험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도입할 예정인 니트가 또 다른 사교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