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며 여론전에만 치중하고 ''핵안보 정상회의''에 신경을 쓰면서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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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20대 여성 살해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총체적 부실에 대해 사과한다.
앞서 서천호 경기지방청장은 지난 6일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오 청장이 다시 나서는 것은 이번 사안이 경찰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12 상황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관제탑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민들은 경찰을 믿고 위급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112를 누른다.
하지만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 근무자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다급하게 신고해 온 피해자와 1분 20초 동안 통화를 했지만 정확한 범행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데 실패했다.
피해자와의 통화가 끊어진 뒤에도 6분 동안 이어진 휴대폰 전화에서 피해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근무자들은 너무도 태연하게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부부싸움 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피해자가 집안에 있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될 이 사실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팀은 엉뚱하게 도로, 빈집, 학교 운동장을 수색해야 했고 그 사이 피해자는 희생을 당하게 된다.
출동한 경찰관들의 대응도 안일함 그 자체였다. 범행 의심 장소 주변을 탐문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나 귀를 쫑긋 세우는 수준이었다.
급기야는 "순찰차를 타고 범행 현장 주변에 출동했지만 순찰차 근무자는 꾸벅꾸벅 조는 듯했다"는 피해자 언니의 진술까지 나왔고, 중부경찰서에 신고했지만 ''119에 신고하라''는 핀잔만 들었다는 또 다른 유족의 증언도 나온 상태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이 추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단순(순수) 성폭행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112 센터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해 추가 인원을 배치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살인 등의 추가 범죄가 성폭행 뒤에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성폭행이라는 판단 자체가 치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기경찰청은 8일 이번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단순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남발했다.
이는 아무리 다급하게 성폭행 신고 전화를 해도 근무자가 성폭행으로만 끝날 것이라고 판단하면 경찰이 긴장을 풀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자, 성폭행에 대한 경찰의 한심한 인식 수준을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찰이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겉으로는 납작 엎드린 모양새지만 경기경찰청 주요 간부의 말을 들어보면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BestNocut_R]
경기청 김춘섭 형사과장은 8일 브리핑에서 112 신고 내용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범인을 잡았으니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BS 기자와 만나서는 "시신을 유기하기 전에 잡았다. 13시간 만에 잡으면 잘 잡은 것 아니냐"고 말해 격앙된 여론과 한참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음을 추정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