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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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시인하고 나서면서 왜 이 시점에 ''금품수수 의혹''을 시인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23일 언론인터뷰에서 "고향 후배인 이 모 씨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며 그 돈을 독자적인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라고 시인했다.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보좌역의 금품수수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던 최 위원장이 왜 순순히 그것도 언론에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까?
최시중 전 위원장을 잘 아는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왜 시인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평소 신중하게 고민해서 발언을 하는 데"라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이 작심하고 돈을 받은 사실과 그 돈은 대선 시기에 받아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고 폭로를 했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전 위원장은 22일 금품수수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러던 최 전 위원장이 밤사이 태도가 바뀌어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고 나선 것은 복선을 깔고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진단이다.
최 위원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일부나마 시인한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이른바 ''물귀신 작전''으로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자신의 보호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일단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없이 시인했을 가능성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인할 처지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돈 받은 사실은 시인하고 대가성은 부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다른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월 갑자기 그만 둘 때부터 이상했다. 그렇게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더니 갑자기 나가는 게 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혼자서 당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다. 최 전 위원장으로서는 검찰의 칼날이 자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서자 구명차원에서 정권의 뇌관과도 같은 대선자금을 건드리고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재직 시절 대외적으로 한마디를 하더라도 아주 신중하게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국회에서 밤늦도록 시달리면서 피곤할 때도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발언 했다"며 "아무런 의미 없이 한 발언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수사 대상자가 스스로 금품수수 사실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최 전 위원장이 금품수수사실을 시인하면서 대선시기 여론조사 용도로 사용했다고 시인한 것은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부터 대선까지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 및 6인회의 멤버로서 핵심 중의 핵심으로 활약해 왔다. 따라서 최 전 위원장이 대선시기 자금의 흐름이나 대선자금에 대해 언급을 하거나 진술을 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아침에 열렸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시중 전 위원장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BestNocut_R]최시중 전 위원장이 어떤 의도에서 금품수수사실을 시인했는지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위원장의 입지가 굳어지자 ''민간인 사찰'' 수사에 특수부 수사 인력을 대거 보강하는 등 MB정권과 선 긋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1997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대한 수사나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에 대한 수사와 비견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도는 와중에 터져 나온 것이다.
따라서 최시중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 시인이 단순한 사실을 시인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