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싼타페 DM)가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가 차량을 출시하면서 이례적으로 정확한 판매 가격을 내놓지 않은 탓이다.
현대차는 이번 주 안에 트림별로 세부적인 가격을 발표한다지만, 사전 계약자들은 옵션에 따라 수백 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깊어가는 현대차의 고민 현대차는 19일 인천 송도에서 싼타페 DM의 신차 발표회를 열고 본격 출시를 알렸다.
싼타페 DM은 사전계약을 진행한지 한 달여 만에 1만 5000여 대를 돌파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싼타페가 2000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모두 250만여 대나 팔리며 SUV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덕이다.
최고출력 184ps, 최대토크 41kg·m의 2.0 디젤 엔진과 최고출력 200ps, 최대토크 44.5kg·m의 2.2 디젤 엔진으로 경제적인 라인업을 갖추고, 최첨단 사양을 적용해 차량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점도 기대를 모으는 데 한몫했다.
현대차는 싼타페 DM의 판매 목표를 올해 국내 4만 2000대, 해외 11만 대 등 모두 15만 2000대, 내년에는 국내 5만 대, 해외 33만 5000대 등 38만 5000대로 잡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현대차는 싼타페 DM의 정확한 트림별 가격을 발표하지 않았다.
2.0 이륜구동 모델 기준으로 2800만 원에서 3400만 원 사이가 될 것이란 대략적인 계획만 내놨을 뿐이다.
이에 대해 '싼타페 DM 공식동호회(cafe.daum.net/dm-club)'의 운영진인 A(39)씨 B(33)씨는 "현대차가 싼타페 DM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고민이 큰 것 같다"며 "기존 현대·기아차의 SUV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싼타페 DM이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지만, 쏘렌토R(2630만~3725만 원)과 베라크루즈(3566만~4582만 원)의 판매에 간섭하지 않도록 가격을 정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 "결국 옵션이 가격 좌우" A씨와 B씨는 현대차가 싼타페 DM의 가격을 높게 매기지 못하는 대신 옵션으로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B씨는 "싼타페 DM은 기존 차량들과 달리 가장 낮은 트림에서부터 옵션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결국 옵션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차량 가격은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싼타페 DM의 첨단 사양 가운데 운전자가 차량 거리와 상관 없이 원격 시동, 공조 제어, 도어 개폐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블루링크'의 경우 200만 원 대인 현대차의 8인치 내비게이션을 필수적으로 장착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A씨는 "보통 신차를 사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차량 제조사의 내비게이션이 두 배가량 비쌀 뿐더러 업데이트도 늦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사서 단다"며 "싼타페 DM의 경우 현대차가 적극 홍보하는 블루링크 기능을 사용하려면 옵션으로 내비게이션을 달 수밖에 없어 기본적으로 200만 원이 추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싼타페 DM의 기본 가격을 2800만 원으로 잡았을 때 내비게이션, 선루프, 4륜 구동만 옵션으로 추가해도 39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싼타페 DM 동호회의 회원은 5400여 명. 회원들은 차량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현대차의 이번 주 세부적인 가격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씨는 "회원들은 싼타페 DM의 첨단 기능들이 죄다 옵션인 점에 불만이 크다"며 "현대차의 i40가 가격 책정에 실패해 그랜저에 소비자를 빼앗긴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