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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현장투표를 마감한 지난 3월 18일 오후 6시 투표자 총수는 4천853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사흘 뒤인 21일 경선 결과를 발표할 당시 투표자 총수는 5천455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갑작스레 602표가 증가한 것이다.
당 진상조사위원회는 602표 가운데 20표가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 실수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당 조사위는 그러나 나머지 582표의 출처에 대해서는 캐내지 못했다.
다만, 현장투표 이후 투표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거나, 현장투표 종료 이후에도 투표를 진행했을 가능성 그리고 이중투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경선에서 전국에 설치된 현장투표소는 모두 218곳. 이 가운데 투표용지가 붙어있는 채 발견돼 대리투표 의혹이 짙은 투표소는 12곳, 투표관리인 서명이 없는 투표용지가 유효처리된 곳이 12곳, 한 명이 단독으로 개표를 진행한 투표소가 8곳 등이었다.
선거인명부 서명란에 대리서명을 하는 등 선거인명부와 투·개표록 조작 정황이 확인된 투표소만 무려 61곳에 달했다.
당 조사위가 이번 경선을 '총체적인 부실·부정 선거'로 규정한 가운데 투표관리인과 참관인 등의 조직적인 '눈가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무렵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자주파가 지역별 투표소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당직선거 조작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번 경선도 당권파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 지구당에서 핵심 당직을 맡았던 A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과 민노당,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관된 정파적 흐름이 있다. 이중 누가 현장투표소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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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구당 선거를 관리하는 사람도 자주파, 지구당 위원장과 사무국장, 노조 상근자, 노조 대의원, 노조 투표소 감시, 선거관리도 다 자주파가 하니까 일관된 정파 논리가 작동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정파가 참관인을 하기도 하지만 24시간 붙어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리투표 한다는 마음만 먹으면 투표용지를 100장 정도 가져와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번호만 딱딱 찍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이번 경선에서도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선관위원들이 지역별 투표소에 가서 투표관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무처장 등이 투표관리인 역할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권파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면서까지 당권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씨는 "일반적으로 정당이 권력을 잃으면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당권파들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잡혀가거나 고문을 당하는 등 오랫동안 탄압 받았던 역사를 갖고 있어 권력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 못하는 조직적인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 다수를 점하려는 당권파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소수파에게 좌절감을 안기면서 결국 진보신당 분당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며 "그들에겐 절차적 민주주의보다 조직의 가치관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절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행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근 10년 동안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8년 진보정당이 분열할 때에도 '종북주의'에 대한 당내 이견 때문에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당권파의 패권주의적 당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소수파가 이래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아래 결단했다는 반론이 많다.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 평론가들은 당권파가 이번에도 뼈를 깎는 자기반성 없이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시키려 한다면 국민들의 외면 속에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BestNocut_R]
한편 통합진보당은 4일 오후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지도부 거취 표명과 함께 비례대표 경선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