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중국의 국영 철강업체와 포스코 사이에서 중간상 역할을 하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가 특혜를 주기 위해 제이엔테크를 내세워 중국 업체와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15일 중국의 최대 철강회사이자 국영기업인 바오스틸과 외신 등에 따르면 바오스틸과 제이엔테크는 지난해 8월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 친환경 슬래그 처리설비(BSSF)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다.
제이엔테크가 BSSF 설비에 대해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졌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가진 바오스틸은 제이엔테크를 통해 포스코에 설비를 납품한 것이다.
BSSF는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 낸 후 찌꺼기인 슬래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비산 등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로 바오스틸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
앞서 2010년에도 제이엔테크는 포항 제철소에 BSSF 설비 두 기를 공급했다.
이 설비는 제이엔테크의 매출액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회사가 세를 불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2007년 27억 원이었던 매출은 포스코건설의 하도급업체로 등록된 2008년엔 100억 원으로 급등했고, BSSF설비를 납품을 시작한 2010년엔 226억 원이 됐다. 2011년에는 1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액 가운데 74.7%인 169억 원이 BSSF설비 납품에서 나왔고,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59.7%인 104억을 BSSF 납품에서 올렸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동업 대표가 최근 한 언론에서 "1988년부터 (조은) 도시락을 운영하면서 98년에 조은개발(현 제이엔테크)을 설립해 키워왔다. 우리가 하고 있는 특허(BSSF설비 판매 독점권)를 갖고 있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혹의 핵심은 중국 국영기업의 특허 관련 설비에 대한 판매독점권을 어떻게 이 회장이 따낼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중국의 국영기업과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 간의 거래에 굳이 제이엔테크같은 중소업체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이엔테크는 이런 과정에서 적지않은 수익을 올렸다.
이에 포스코가 특혜를 주기위해 제이엔테크를 거쳐 설비를 납품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게 됐다.
제이엔테크는 이 설비를 바오스틸에서 받아 포스코에만 공급했다.
특히 제이엔테크의 매출액 변곡점은 박영준 전 차관,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등 정권실세를 등에 업고 회장이 됐다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승진 궤도와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BestNocut_R]
제이엔테크가 포스코건설 하청업체가 된 2008년에 정 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포스코에 BSSF시설을 납품하기 시작한 2010년은 정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이듬해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도 수년 전부터 BSSF 시설을 들여오려고 노력했는데 바오스틸에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와 실패했다"며 "그런데 이 회장이 어떻게 했는지, 판매독점권을 따와 납품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측은 또 "정 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이 된 시점보다 제이엔테크가 하청업체로 등록된 시점이 몇 개월 앞선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엔테크 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어떤 해명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