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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부실저축은행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4개의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인수를 4대 금융지주에게 직간접 요청했지만, 금융지주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한지주와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에 저축은행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외에는 적당한 인수 후보가 없는 것 같다" 면서 "최근 솔로몬 등 4곳의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인수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건설사나 기존 저축은행 등에 부실 저축은행을 넘기면 또 다시 불법대출 등의 폐단이 나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솔로몬, 한국, 미래저축은행은 규모가 커서 금융지주 외에는 인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이유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는 추가 저축은행 인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당국의 요구로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금융지주사들은 부실 저축은행의 여러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우선 저축은행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단 수익성부터 금융지주사들에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는 태생적으로 역마진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자폭만을 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KB·하나저축은행 등 올해 초 출범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올해 1~3월 적자를 냈다.
각 금융지주사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317억원, KB저축은행은 40억원, 신한저축은행은 60억원 등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3개 저축은행에서만 4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부실저축은행들의 자산이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 금융지주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넘겨받고 영업을 시작하니 그때부터 곳곳에서 연체가 시작됐다" 면서 "실제 대출받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대출 등 실사할 때는 드러나지 않던 부실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4대 금융지주사들은 추가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가 저축은행 인수 거부를 고수할 경우 국책은행이 인수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책금융기관인 이들 두 기관이 정부규제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나선 만큼 계열사 확대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이나 KDB산은 역시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BestNocut_R]
금융지주나 국책은행으로의 인수가 빗나갈 경우 예금보험공사 소유의 가교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정상화 과정을 거쳐 재매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예금보험공사 입장에서는 파산 만큼이나 달갑지 않은 결정이라서 금융지주와 국책은행에 대해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이상빈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4대 금융지주사에 인수 종용을 해 보고 해보고 인수되지 않은 부분은 국책은행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수익모델의 개발 없이 부실을 떠안으면 당근책을 주는 그동안의 방식은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